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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농부의 친구들

차세대 커피 기업들이 고가의 고급 원두와 기상 악화의 시대를 맞아 ‘공정 무역’을 재정의하고 있다. By Jennifer Alsever


애틀랜타의 커피회사 스라이브 Thrive는 지난해 좋은 실적을 올렸다. 칙필라 Chick-fil-A를 포함한 기업 고객들의 수요가 늘어 연 매출 2,000만 달러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4년차가 된 이 기업이 모든 이득을 독차지하는 건 아니다. 매출의 절반을 공급망 가장 하단에 위치한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바로 원두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농부들이다.

마이클 존스 Michael Jones와 케네스 랜더 Kenneth Lander는 2011년 스라이브를 설립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하나 있었다. 가난한 농부들이 원두를 심고 재배하는 데 따르는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변동이 심한 원자재 가격 때문에 재배농가들의 매출은 불확실성이 심했다. 게다가 자연재해로 작물이 피해를 입는 일도 흔했다. 특히 이들이 농부들의 사정에 공감했던 이유는 존스의 장인이 자메이카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퇴한 변호사 랜더 역시 코스타리카의 커피농장을 매입한 상황이었다. 그는 전통적인 관행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존스와 랜더는 농부들에게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스라이브는 볶지 않은 원두를 파운드 당 1.25달러에 사거나 ‘공정거래’ 최저가인 1.40~1.90달러에 구매하는 대신, 계약에 따라 모든 공정을 마친 원두 매출의 50~75%를 농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랜더는 “그들은 우리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최근 스라이브는 260억 달러 규모의 전문 커피 시장에 진출했다. 이 시장은 공정무역 2.0에 참여하는, 원산지를 밝힌 고품질의 원두만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초기 공정무역-원두 매출 비율에 따라 계속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10년 전에는 1.5%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6.0%로 늘어났다) -은 최저거래가를 지정해 운영했다. 일반 원자재 거래가보다 파운드당 15센트를 더 지불하는 식이다. 운영 방식은 이랬다. 노동 및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재배농가들은 공정무역 인증을 받는다. 이들이 재배한 커피가 유기농일 경우, 구매기업은 파운드당 30센트를 더 지불한다. 또, 학교나 도로 같은 지역사회 개발 명목으로 파운드당 20센트를 추가 지불한다.

공정무역 USA(Fair Trade USA)는 지난 17년 동안 전 세계 120만 명의 농부들에게 부가 수입 및 보조금 3억 5,000만 달러를 제공했다. 인증 품목도 직물 및 과일까지 확대됐다. 공정무역 USA의 폴 라이스 Paul Rice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부들을 가난에서 구제하는 일은 공정무역만으론 충분치가 않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공정무역 프리미엄의 혜택을 농부보다 오히려 커피기업들이 더 많이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배농가들이 직접 투자를 하거나 재배 기술을 개선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적어진다는 것이다.

차세대 커피 기업들은 농부들과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인텔리젠시아 Intelligentsia 와 스텀프타운 커피 Stumptown Coffee 같은 기업들(모두 피트 Peet가 최근 인수했다), 그리고 카운터 컬처 Counter Culture는 이를 ‘직접 무역’이라고 부른다. 고품질에 중점을 두면서 농부들과의 협력관계는 더 돈독하게 유지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커피기업들이 단순히 이타주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실제 사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랜더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농부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 더 양질의 커피를 재배한다. 커피의 질이 향상되면, 당연히 수요도 증가한다.” 랜더는 많은 돈을 지불했음에도 스라이브의 수익성이 높은 비결에 대해 재배농과의 지속적인 관계 덕분에 수입업자 및 수출업자 같은 중개인이 필요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중개업자들은 수수료를 받는다.

스라이브의 계약은 공급을 안정적으로 지속시켜 줄뿐만 아니라 최고 품질의 원두를 확보하게 해준다. 특히 요즘은 소량 공급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커피 원산지에 대한 관심도 많이 갖고 있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 스라이브는 코스타리카의 농부 프랭클린 가르반조 Franklin Garbanzo와의 관계를 통해 그가 소량 재배하는 ‘게이샤 Geisha’ 원두를 입도선매했다.

가장 인기 있는 고급 제품 중 하나다. 스라이브는 현장 직원을 통해 재배농가들이 원두의 다산화 및 시험 작업의 새 방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뭄과 ‘커피 적수병’ -일부 중미 국가에서 작물을 완전히 망가뜨렸다-이라 불리는 균에 내성이 있는 원두를 재배하는 것이 이 같은 노력의 목적이다.

직접무역의 영향을 정확히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일부 커피업체만 이 용어를 사용하는 데다, 여러 국가에서 지불하는 평균 금액을 나타내는 투명성 보고서를 출하는 기업도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카운터 컬처는 2014년 파운드당 3.37달러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반면, 공정무역 USA는 농부들이 얼마를 받는지 감시를 하고 있다. 또, 외부감사를 통해 공정 무역 및 환경기준을 준수하는지 점검도 한다.

매년 4억 6,100만 파운드의 원두를 사들이는 스타벅스는 농부들과 직접 협력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 세계에 지원 센터 7곳을 개설했으며, 재배농가 지원금으로 5,000만 달러를 약속했다. 글로벌 농경제학 센터를 마련하기 위해 코스타리카의 농장을 매입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컨버세이션 인터내셔널 Conversation International 재단과 개발한 커피 앤드 파머 에퀴티 Coffee and Farmer Equity 프로그램을 통해 99%의 커피가 ‘윤리적으로 공급되고 있음(ethically sourced)’을 확인해 주고 있다. 글로벌 윤리경영보고서(Global Responsibility Report)에 따르면, 회사는 2014년 파운드당 평균 1.72달러를 재배농가에 지불했다.

파차마마 Pachamama와 도이창 Doi Chaang, 카페디렉트 Cafedirect 같은 소규모업체들은 회사 지분, 경영권 및 소매 수익의 상당 부분을 제공해 농부들의 권익을 신장시키려 하고 있다. 예컨대 도이창은 태국 고산지대에서 재배된 원두에 대해 공정거래 최저 보장가격보다 75%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수익의 절반도 이 지역에 제공하고 있다. 공동 설립자 존 다치 John Darch는 “이 돈은 이 지역의 전력, 물, 학교, 병원, 도로 등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가르반조와 스라이브가 협력한 지 이제 4년을 맞고 있다. 가르반조는 소득이 3배로 올랐고, 집을 수리할 수 있었으며, 농지를 확장하고 개선할 수 있었고, 세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3배나 많은 돈을 벌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랜더와 존스에게 언젠가는 스라이브가 코코아나 차 같은 품목에도 이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존스는 “전체 원자재 공급 시스템은 이미 구시대적이다.

지금 우리의 모델이 변화의 첫 걸음을 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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