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2,000선을 회복한 코스피지수의 안착은 국내 기업 실적개선에 달렸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유가안정 등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펀더멘털이 탄탄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이 엇갈리는 만큼 경기에 민감한 철강·조선·정유 관련 종목이나 대형주·가치주 등을 위주로 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30일 코스피의 2,000선 돌파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하면서 달러 약세 전환 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이에 따라 증시가 안정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글로벌 변수인 미국의 금리인상, 달러화 안정, 유가안정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와 달리 현재는 미국이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있고 위안화도 안정적”이라며 “위험요소가 제거되면 4월에는 2,000선에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반등세로 돌아서는 등 실물경기가 회복되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1·4분기 실적 발표도 중요한 변수다. 특히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주들이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센터장도 “이번 달 수출 감소 폭이 완화될 것”이라며 “각종 지표가 개선되고 유가가 40달러선을 유지하면 2,000선에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 전망이 좋고 부진했던 한전이나 자동차 관련 종목의 실적도 2·4분기 개선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주가 코스피지수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준호 센터장도 “삼성전자는 1년 이상 실적이 하락했는데 이번에 6조원 이상 실적이 나오면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피 2,000 안착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예상보다 적은 420억원에 그친데다 2,000선이 주는 심리적 부담감 등이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및 코스피지수 2,000이 주는 심리적 부담감, 최근 증가한 기관투자가의 주식형 펀드 환매 문제 때문에 추가 모멘텀이 등장할 때까지는 횡보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정 키움증권 센터장도 “애널리스트의 기업실적 컨센서스는 다소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어 실제 기업 실적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화학·정유와 같은 경기민감주나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창목 센터장은 “경기가 좋아지는 신호가 2·4분기에 확인되면 경기에 민감한 철강과 같은 소재주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정 센터장은 “1·4분기 실적이 안 좋더라도 2·4분기 전망이 좋아지는 기업을 추천한다”며 “전체적으로는 화학·정유 등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2·4분기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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