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을 종가에 사고 다음날 파는 ‘오버나잇(Overnight)’ 매매기법으로 거래를 하면 수익을 올릴 까, 손해를 볼까. 이 같은 매매방식으로 지난 1년간 거래를 했다면 1주당 60%, 9만9,100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1일 현재 셀트리온 주가(10만9,800원)의 90%에 해당한다.
고수들의 숨겨진 매매기법 중 하나인 오버나잇 매매가 코스닥을 중심으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적이나 경제변수에 따른 주가 등락과 관계없이 종가보다 시가가 높게 시작하는 ‘갭상승’은 코스닥 대형주에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날 해외시장 동향에 국내 증시의 시가가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3월30일부터 올해 3월30일까지 1년간 코스피 50종목 중 40개, 코스닥 100종목 중 시총 기준 상위 30개의 시가와 종가 갭(Gap·격차)을 분석한 결과 많은 대형 상장사들이 전날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최근 급등락에 따른 변동성이 큰 코데즈컴바인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코스닥 시장 대형 종목들 중 대다수가 전날 종가보다 다음날 시가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빈번히 보였다. 지난 1년간 계속해서 오버나잇 매매를 했을 때 코스닥 시총 상위 30개 종목 중 23개 종목에서 플러스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였다. 서울반도체의 경우 지난 1년간 갭상승 한 날만 160일에 달했다. 반면 시가가 전날 종가보다 낮은 갭하락은 불과 62일에 그쳤다. 종가와 시가가 일치한 날은 27일이다. 서울반도체는 갭상승 한 날이 갭하락 한 날보다 2.5배 더 높지만 되레 지난 1년간 주가는 30%가량 떨어졌다. 서울반도체 주식을 1년간 보유하면 손실이지만 오버나잇 매매를 하면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코스닥 시총 2위인 카카오도 142거래일간 갭상승, 89일만 갭하락을 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1년간 주가가 10% 정도 빠진 카카오도 대부분 갭상승으로 장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50%가량 빠진 컴투스도 오버나잇 매매를 1년간 하면 1주당 차익 7만6,700원을 올릴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은 오버나잇 매매가 코스닥 시장처럼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코스피 40개 종목 중 22개 종목이 지난 1년간 갭상승을 기록했다. 물론 이들 종목 중 현재 종가 대비 1년간 일평균 갭상승률은 평균 8%로 코스닥에 비해 높지 않다. 코스닥 상위 30개 종목은 30%에 달했다. 코스닥지수는 1년간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데 대형주를 중심으로 갭상승이 많다는 것은 장중 변동폭이 크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미국 등 주요국 증시나 글로벌 거시지표의 영향에 국내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전날 해외 증시가 상승하면 기대감에 장 초반 호가를 높게 불러 가격이 올라가지만 장 막판까지 못 가고 약세를 보인 후 다음날 다시 상승세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 팀장은 “해외 증시에 대한 영향력은 많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시가의 경우 아직도 미국 증시 동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며 “장 중반에 들어서면 이러한 효과도 바로 사라지는 것이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날 미국 증시에 영향을 받은 시가는 중국 증시에 영향을 받아 장중에 등락을 거듭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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