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래소에 상장한 중국·홍콩 등 해외 기업이 소액 주주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부족한 의사소통과 기업 문화 차이가 갈등을 낳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 중국원양자원의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정관 개정의 건’ 등의 안건이 소액 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날 회사 측은 발행 가능 주식 수를 기존 1억주에서 2억주로 늘리고 이사회에 신주발행결의 권한을 위임하는 안 등 총 7개 안을 상정했다. 이 가운데 외부감사인 선임안 등은 주총을 통과했지만 △이사 재선임 △회사정관 개정 △이사회에 신주발행결의 권리위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 4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들 안건이 주주 가치를 희석시키는 등 기존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안건 부결의 원인이 표면적으로는 ‘주주 가치 희석 우려’였지만 기저에는 회사 측의 불성실한 태도도 깔려 있다.
이날 중국원양자원의 장화리 대표와 감사는 화상회의로 주총에 참석하며 주주들의 공분을 샀다. 이날 회사 측은 장 대표는 출국금지 조치와 건강상의 이유로, 감사는 개인 사유로 입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주들은 최근 장 대표가 보유 주식을 갑자기 장내 매도하며 ‘먹튀’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이날 주총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기를 바랐다. 이에 회사 측은 “이사와 감사가 화상회의로 주총에 참석하는 것도 법적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원칙적인 해명에 그쳤다.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중국 푸젠성의 건강식품 기업인 씨케이에이치의 임시주총장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소액 주주들이 ‘비상근감사 후보자 정길홍 신규 선임의 건’을 안건으로 제안했지만 주총을 진행하던 회사 측이 정관 위배를 이유로 들며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 측은 정관 72조1항인 ‘회사가 준수하여야 하는 제반 법규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회사는 적어도 1인 이상의 상근감사를 두어야 한다’를 근거로 들며 비상근감사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안건 상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액주주들은 비상근감사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는 만큼 비상근감사 선임에 문제가 없다며 맞섰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회사 측이 소액주주들의 합리적인 설명과 의견을 모두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국적주와 투자자 간의 갈등의 원인을 우선 신뢰성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부분의 해외 국적주가 기업설명회(IR)를 국내 대행사를 통하다 보니 공개되는 정보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기업의 경우 과거 고섬 사태 등으로 재무제표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기업의 근황도 알 수 없다 보니 더욱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소통도 문제다. 한 전업투자자는 “통역을 거치다 보니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주들이 질문을 해도 엉뚱한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달로 모두 마무리된 국내 기업의 주총과 달리 해외 국적주의 주총은 이제 시작이어서 이 같은 갈등이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안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국내 기업과 달리 해외 기업은 120일 안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4월까지 주총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오는 19일에는 중국 스포츠의류업체인 이스트아시아홀딩스가, 21일에는 중국 면세사업체인 뉴프라이드가 주총을 열 예정이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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