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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식탁에 오르는 GMO, 안전성 문제는?

GM 옥수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GMO로 전분과 액상과당, 올리고당 등 감미료로 가공돼 수많은 식품에 들어간다.




요즘 심심찮게 매스컴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재조합식품(GMO)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GMO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깜짝 놀랄 통계자료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난 2014년 먹은 전자재조합식품(GMO)의 양은 1인당 45kg에 이른다는 것이다. 미국인 평균인 68㎏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같은 기간 1인당 쌀 소비량 65kg과 비교해 보면 꽤 많은 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는 식용 GMO 곡물 수입량이 무려 228만 톤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1위를 기록했다. 수입된 GMO의 대부분은 옥수수(126만톤)와 콩(대두, 102만톤)이다. 국내에서 승인된 식용 GMO는 콩 (20건), 옥수수 (64건), 면화 (21건), 캐놀라(11건), 감자(4건), 알팔파 (1건), 사탕무(1건) 등 7개 작물에 대해 122건에 이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GMO를 섭취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으로 추정된다. GMO가 상업적으로 개발된 바로 그 해다. 이 때부터 다국적 기업 몬산토와 노바티스가 GMO로 개발된 콩과 옥수수를 각각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1994년에 미국의 칼젠(Calgene)사에서 ‘무르지 않는 토마토’라는 뜻을 지닌 ‘플래버 세이버’(Flavr Savr) GMO 개발에 성공했지만 맛이 좋지 않아 상업화에는 실패한다.

1996년 미국의 몬산토(Monsanto)사가 제초제 ‘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진 콩인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를 개발하면서 유전자재조합 작물의 상업적 생산이 본격화된다. 콩과 옥수수는 GMO가운데 현재까지 세계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농산물이다. GMO 총 재배 면적은 우리나라의 15배 규모이고 재배국가 수는 28개국, 1,800만에 달하는 농민이 종사하고 있다.

유전자재조합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은 유전자변형식품 또는 유전자조작식품으로도 불린다. 유전자 재조합은 생명체의 암호인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유전자의 순서를 바꾸거나 넣고 빼서 원래 생물의 단점을 없애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생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사실, 식량 증산과 품질 개선을 목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려는 시도는 현대 유전학 이전에도 육종이라는 형태로 있어 왔다. 전통 육종을 통해 유전자가 변형됐지만, 대표적인 방울토마토, 씨없는 수박, 통일벼를 GMO라고 부르지 않는다. 같은 종이나 아주 가까운 종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육종과 달리 GMO는 자연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세균, 바이러스, 다른 식물이나 동물에서 추출한 유전자로 만든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GMO는 전통 육종으로는 도저히 만들어 질 수 없는 생명체다.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는 보통 사과(왼쪽)와 갈변하지 않는 사과 ‘악틱 애플즈’(오른쪽)


최근 미국에서는 새로운 종류의 GMO가 잇따라 상업용 재배 승인을 받고 있다. 갈변하지 않는 사과, 튀겼을 때 발암 물질이 적게 나오는 감자 등이 그것이다. ‘갈변’은 과일이나 채소를 칼로 썰었을 때 잘린 단면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지난해 미국 연방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악틱 애플즈(Arctic Apples)’로 이름을 붙인 이 사과는 갈변 방지를 위해 유전자가 변형됐다. 갈변을 막는 사과는 외래의 유전자를 추가하는 대신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갈변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DNA)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도록 봉쇄한 것이다. 이른바 ‘유전자침묵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이 봉쇄역할을 하는 리보핵산(RNA)도 다른 종류의 사과에서 추출한 것이다. 이 사과에는 당연히 외래 유전자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게 개발사의 설명이다.

빨리 성장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아쿠아어드벤티지 연어(뒤쪽)와 같은 기간 키운 일반 연어(앞쪽)




농산물이 아닌 동물 GMO도 등장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합작 벤처기업인 아쿠아바운티는 대서양 연어에 태평양 치누크연어의 유전자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유전자를 변형해 이른바 ‘아쿠아어드벤티지 연어’를 만들었다.

이 연어는 성체로 성장하는 데 평균 30개월이 걸리는 보통의 연어보다 성장이 빨라 성체가 되기까지 16~18개월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FDA는 아쿠아어드벤티지 연어의 시판을 허용하면서, 미국 내에서 양식하는 것을 금지하고 캐나다와 파나마의 두 양식시설에서만 키우도록 제한했다. 또 반드시 불임 상태로 키울 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조치는 생태계 교란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GM 연어가 탈출해서 바다에 나간다면, 자연산 연어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고, 자연산 연어와 교배로 전혀 새로운 종이 탄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물 GMO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현재는 어류가 주종을 이루지만 이후에는 소나 돼지 같은 가축 GMO도 등장할 수 있다.

GMO는 제초제 내성과 살충성을 갖도록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수퍼 잡초’가 등장하면서 환경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 GMO가 재배된 1996년부터 2011년까지의 농약 사용량을 조사한 찰스 벤브룩 교수는 조사결과 전체적으로 약 7% 농약 사용량이 늘었다. 살충제 사용량이 줄었으나 제초제 사용량은 증가하여 결국 전체 사용량은 증가했다. 특정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GM작물을 심고 해당 특정 제초제만으로 방제를 해왔으나 그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수퍼잡초’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수퍼잡초의 출현은 결국 다른 제초제의 사용을 부추길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한 의학 학술지를 통해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상품명 라운드업)가 2A 등급의 발암성 물질로 분류된다고 밝혔다. 글리포세이트는 세계 GMO 경작지에서 널리 사용돼온 제초제로, ‘수퍼 잡초’의 등장으로 그 사용량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수퍼 버그’가 등장한다면 더 많은 살충제를 뿌려야 할 것이다.

GMO가 상업화 된 이후 안정성에 대한 우려와 경고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프랑스 연구진의 GMO 관련 연구가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들은 쥐의 전 생애에 걸쳐 식용 GMO 작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GM옥수수를 장기간 섭취한 쥐 중 암쥐 70%가 조기 사망했다. 소량을 섭취한 쥐들도 심각한 간 및 신장 손상을 보였다.

한 시민단체가 GMO완전 표시제 시행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이 먹고 있는 식품이 GMO로 만든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GMO 표시다. 우리나라는 GMO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불완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GMO로 만든 대부분 제품이 표시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면제 조항이 있어서다. 현재 국내에서 식용 GMO 대부분은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들 가공식품에서 외래 유전자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GMO 표시를 안 해도 된다. 실제 콩의 99%는 콩기름으로 쓰이고, 옥수수로 만든 전분과 액상과당, 올리고당 등 감미료는 수많은 식품에 포함되지만 GMO 표기한 제품은 찾기 힘들다. 또 원료 함량 5순위 내에 GMO가 포함되지 않은 식품 역시 표시가 면제된다. 소비자, 시민단체들은 이 면제 조항을 없애고 GMO 완전 표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식품위생법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 내년부터는 이들 면제 조항 중 두 번째 조항이 없어지게 된다. 한편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여전히 첫 번째 조항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시민 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GMO에 대해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권리는 어떤 경우에라도 지켜져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한국은 GMO수입국이다. 만일 우리 농토에서 GMO를 재배한다면 어떨까. 정부는 이미 GMO를 상업적으로 재배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11년 12월 7일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종자 산업 육성방안’에서 경쟁력 높은 GM 종자를 개발해 유망 수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우리 주식인 벼로 120개 종의 GMO를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모두 17작물에서 180여 종의 GMO를 개발하고 있다. 상업화를 위해 남은 단계는 이들 GMO의 안전성 검증이다. 벼 3종, 고추 1종, 배추 1종 등이 이 단계를 앞두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라면 2020년께는 5종의 GMO가 국내에서 개발돼 지배될 예정이다. 따라서 한국 소비자는 GM콩이나 GM 옥수수처럼 GM쌀 등도 자주 먹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를 눈감은 채 국민의 식탁에 오르는 GMO의 양을 더욱 늘린다면 국민 건강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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