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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행복한 100세시대] 셰익스피어와 노후준비

'지친 숫말'처럼...느리지만 꾸준하게

끈기·인내 가지고 노후준비 나서야

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올해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다. 4월 23일이 정확히 400주기였고, 26일은 셰익스피어의 생일이기도 하다.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대문호의 탄생과 서거를 축제처럼 즐기는 분위기다. 수많은 희곡작품을 남긴 극작가인 만큼 그가 작품을 통해 남긴 명 대사, 명언들은 무수히 많다. 그가 남긴 몇 가지 명언들을 통해 100세시대를 맞아 노후준비에 필요한 사항들을 점검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동안은 아직 최악이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의 마지막 대사다. 지금 이 순간이 힘들다고 하지만, 결코 최악은 아니며 진짜 최악은 최악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을 때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와 비슷한 의미다.

50%에 육박하며 전세계 최악의 수준인 노인빈곤율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노후준비는 사실 부실하다. 지금 당장 현실이 고단하고 어려워서 노후준비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말했듯 어려운 순간이라 해도 최악은 아니다. 일단 발을 떼서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노후준비란 것이 수 십 년에 걸쳐 진행되는 것임을 고려할 때 굳이 첫 발을 크게 뗄 필요가 없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말도 했다. ‘험한 언덕을 오르려면 처음에는 천천히 걸어야 한다.’ 목표가 크고 갈 길이 멀수록 호흡을 조절하고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후준비라는 멀고 험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결코 첫 걸음부터 무겁고 크게 뗄 필요가 없다. 아주 작게 시작해서 차근차근 키워나가면 된다. 작은 걸음이라도 시간이 쌓이면 큰 걸음이 되고 멀리 갈 수 있다. 상황은 비록 최악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 가운데서도 아주 작게나마 시작해보자.



노후준비를 시작했다면, 셰익스피어의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약간의 싫증 때문에 실행의 결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노후준비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장기간 진행되는 계획인 만큼 중간에 포기하고 싶거나 그간 모은 자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도 있다.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 잡아야 한다. 포기하거나 돈을 전용해 버리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 셰익스피어는 참을성을 ‘일에 지친 숫말’에 비유했다. 일에 지쳐서 비록 느리지만 꾸준하고 착실하게 일하는 숫말처럼 참을성 역시 비록 더디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일을 해낸다는 것이다.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쉼 없이 노후준비에 나서야 한다.

사실 노후가 먼 미래의 일 혹은 남의 일처럼 들리지만, 봄이 가면 여름이 오듯 노후는 반드시 온다. 노후를 위한 준비는 당장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선택의 문제는 더욱 아니다. 반드시 준비해야만 하는 당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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