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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올림픽조직위원장 전격 사퇴]'한진해운 불똥' 평창으로

[조양호 올림픽조직위원장 전격 사퇴]

"위기 한진해운 살리기에 전념"

조양호 600여일 남기고 하차

위원회 파견된 직원도 복귀

이희범 내정자 대회 준비 마무리 부담 클 듯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3일 한진해운 수습 전념을 위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 정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 회장. /연합뉴스




한진해운의 불똥이 2018평창 동계올림픽으로도 튀고 말았다. 3일 조양호(67·한진그룹 회장) 2018평창동계올림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전격 사퇴한 것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 등 한진그룹의 산적한 현안 때문으로 풀이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한진해운 경영정상화를 이루기에는 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글로벌 경기침체 및 운임하락 등 해운 경기 악화 여파로 어려움을 겪다 결국 지난달 말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조 회장은 경영권 포기 각서를 제출했고 한진해운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으로 석태수 사장은 급여의 절반을, 임원들은 20~50%씩을 반납하고 직원들의 구내식당도 폐쇄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14년 제수인 최은영 회장을 대신해 구원투수로 나서 한진해운을 이끌어왔다. 조 회장의 부임 이후 한진해운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해운업 불황 지속으로 부채 규모 5조6,000억원, 부채 비율 847% 등 어려움이 이어졌다. 향후 2년간 약 1조2,000억원가량 유동성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한진해운에 약 1조원가량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대한항공의 기업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자칫 한진그룹 전체로 위기가 번져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 위원장을 맡으면서 물심양면으로 위원회를 지원해왔다. 대한항공 핵심 간부급 임원 20여명을 위원회에 파견해 관련 업무를 챙기게 했고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에 조직위 사무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바쁜 일정에도 짬을 내 서소문 빌딩에 들러 위원회 현안을 보고 받고 직접 업무를 챙겨왔다.



하지만 이날 사퇴로 앞으로는 한진해운 등 그룹 정상화에 주요 인력들을 총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과 관련해 최근 대외 공식활동을 최대한 줄이고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집무실에서 그룹 내 현안 챙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조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경제사절단 참여도 취소하고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이 대신 참가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지난달 29일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지원위원회에는 참가하는 등 위원회에 대한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조 회장의 평창 조직위원장 사퇴로 1년9개월밖에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우려된다. 2014년 7월 말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그는 그동안 스폰서를 유치하고 경기장 건설 작업에 박차를 가해 올해 2월 테스트이벤트를 차질 없이 치르도록 하는 등 비교적 무난하게 준비해왔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중도 하차로 업무 진행에 속도를 내기가 어렵게 됐다. 조 회장이 최근 “올림픽 준비는 이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쪽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던 것처럼 대회의 연출과 운영을 위한 준비로 이어져야 할 시기다. 조직위원장이 교체될 때마다 불필요한 행정의 반복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더불어 조직위에 파견됐던 대한항공 직원이 복귀하고 새 조직위원장 취임으로 직원이 바뀌면 업무의 연속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날 오후 늦게 후임 조직위원장 내정자로 발표된 이희범(67) 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 내정자는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체육계에는 낯선 인물이다.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바통을 이어받은 터라 대회 준비 마무리에 대한 부담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조만간 집행위와 위원총회를 거쳐 이 내정자를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문체부 장관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강도원·박민영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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