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급증했다.
특히 전통적 비수기임에도 가전제품을 담당하는 H&A 및 TV 등을 만드는 HE 사업본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전자 내부에서는 재고 관리 등 원가 관리를 철저히 한 것이 호재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H&A 사업부는 영업이익률이 9.7%, HE 사업부는 7.7%를 기록했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숫자에 강한 구 부회장이 부임한 후 재고 관리가 대폭 강화됐고 비수기임에도 원가 관리를 강화할 수 있었다”며 “5년간 체질 개선을 꾸준하게 진행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서울대 통계학과 출신으로 주요 임원과의 회의 때 숫자에 특히 강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의 직설적인 표현과 적극적인 회의 스타일까지 더해져 LG전자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LG전자 임원 회의에서 구본준 부회장의 멘트를 ‘쇠직구’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가 신사업 추진에 있어 경쟁사보다 적극적일 수 있는 것 역시 오너가인 구 부회장이 이끌었기 때문으로 평가 받는다.
2013년 7월 부품 설계 전문업체인 LG CNS의 V-ENS와 합병해 출범한 자동차 전장사업(VC)을 비롯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 등 신사업 육성하며 시장을 이끈 것이 대표적이다. CEO들은 단기 실적에 집착하지만 구 부회장은 오너가로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의지로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연구개발(R&D)에 나섰다.
실제로 구 부회장이 이끌기 전인 2010년 2조7,000억원이던 LG전자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3조6,600억원으로 늘어났다. 매출 대비 비중 역시 2010년 4.6%에서 2014년 6.2%로 확대됐다.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바일 사업부(MC) 역시 스마트폰 ‘G5’를 통해 2·4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G5의 개발 역시 혁신과 연구 인력을 중시하는 구본준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LG전자가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B2B(소비자 시장)에 이어 B2C(기업 시장)으로 눈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구 부회장의 의중이다. B2B 사업은 구 부회장이 엔지니어를 직접 불러 세세한 부분을 물어볼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해진다. 태양광, 조명,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분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것도 이 덕분이다.
LG그룹 내부에서는 구 부회장이 ㈜LG로 자리를 옮기고 LG화학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면서 그룹 내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점에서 기대에 찬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LG전자에 이어 LG화학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부품 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며 “향후 LG그룹 전체 체질을 개선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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