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2시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대표인 마크 워커 변호사와 정용석 KDB산업은행 부행장, 그리스 다나오스 코퍼레이션의 최고업무책임자(COO) 등 해외 선주들이 속속 15층 회의실로 올라갔다. 현대상선 측에서는 워커 변호사가, 선주들 측에서는 각 회사의 COO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당초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준 컨테이너 선주 5곳이 이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영국 국적의 조디악은 빠졌고 한 곳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해 실제 협상 테이블에는 유럽 선주 3곳이 앉았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조디악은 일정이 맞지 않아 이번 협상에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채권단의 대표로는 정 부행장이 회의에 들어갔다.
현대상선의 채권단과 선주들이 직접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의 분위기는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정 부행장이 채권단의 현대상선 지원계획을 선사들에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용선료가 인하되면 협약채권에 대해서는 60%, 비협약채권은 50%의 출자전환으로 채권자들도 손실을 감수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반면 용선료 협상이 결렬되면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은 불가피하다는 뜻도 분명히 전달했다. 현대상선은 이들 선주사에 향후 남은 계약기간의 용선료를 평균 28.4% 깎는 대신 인하분의 절반가량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정상화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선주들은 산은에 용선료 인하 후 현대상선이 어떻게 정상화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깎아줄 경우 다른 선사들도 비슷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하에 주저하고 있는 상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 폭을 최대한 줄이려 하고 채권단에도 지원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는 쪽으로 막판까지 끌고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을 대리한 워커 변호사는 이날 4시간여의 협상을 마친 후 “용선료 협상은 이제 시작됐고 논의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만 밝혔다.
현재로서는 용선료 인하 협상의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당초 금융당국이 정한 시한은 오는 20일이지만 해외 선주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해 며칠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상선은 이날 협상에 불참한 영국계 조디악을 포함해 컨테이너선사 5곳과 벌크선사 17곳을 대상으로 19일 컨퍼런스콜을 연다. 벌크선의 경우 전체 용선료 부담의 30%에 불과하지만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한푼이라도 깎는 게 유리하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컨테이너선·벌크선 할 것 없이 어려운 협상”이라며 “협상이 막바지인 것은 맞지만 용선료 인하 수준에 따라 성공·실패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아직 결론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보리·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