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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상인과 건물주의 공생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중소기업청장 부임 직후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이때 한 상인이 ‘임대료가 너무 올라 10년 이상 장사해온 가게에서 쫓겨날 판’이라며 안타까운 처지를 호소했다.

사연인즉, 이 시장은 주택가에 있던 전형적인 골목형 시장이었는데 주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자 매출이 줄어들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상인들이 합심해 고객유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시설개선과 특성화 사업 지원도 받았음은 물론이다.

시장은 점차 생기를 되찾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상인들의 자구노력 대가가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이들의 설 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홍대 앞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등 서울의 주요 상권뿐만 아니라 부산·대전 등 전국 대도시 구도심과 골목상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 상권의 특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가치를 상승시키는 과정에서 주역을 담당했던 상인들이 오히려 상권에서 퇴출되는 이른바 ‘뜨는 상권의 딜레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 저널리스트 DW 깁슨은 그의 저서인 ‘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The Edge Becomes the Center)’에서 이런 문제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지속 가능한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임대료 상승과 같은 문제 해결이 매우 중요함을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은 49개 주에서 상권관리 관련법(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Act)을 제정해 현재 1,200여개의 자율상권기구를 운용하고 있으며 영국에도 자율상권관리기구인 TCM(Town Center Management) 50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일본도 1998년 ‘중심시가지 활성화법’을 통해 자발적 민간협의체인 400여개의 TMO(Town Management Organization)가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지자체를 중심으로 상권관리와 임차상인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임대료 상승방지 상생협약 체결 유도, 대안 상가 조성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5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상인의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최근에는 시장환경 개선에 따른 임대료 인상 억제 유도를 위해 임대료동결 협약체결 시장을 우선 지원하도록 규정을 정비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상인·건물주·지역주민 등이 주체가 돼 자율 상권관리 육성계획을 수립·추진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자율상권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발의돼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법안의 골자는 구도심 등 침체상권의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권 활성화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기반시설, 자금·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아울러 임차인에게는 상가건물에 대한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간 보장하며 일정비율 이상으로 임대료와 보증금을 인상하는 것도 제한받게 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 지역 상권 고유의 특색과 개성을 살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가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건물주와 상인·시민 모두의 공익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담고 있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시급한 이유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자율상권법의 제정을 통해 ‘뜨는 상권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상인과 건물주가 함께 잘사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함께 가자, 대한민국!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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