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금을 아십니까.”
지난 19일 자진상장폐지한 경남에너지(008020)가 장외주식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대주주가 지분을 최대한 사모은 후 배당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장외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에너지 주식의 장외공개매수가 시작된 20일. 장외거래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는 경남에너지 매수 문의가 빗발쳤다. 투자자들 사이에는 안정적인 실적에 상장폐지 후 배당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경남에너지의 장외매수를 ‘경남연금 가입’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경남에너지는 경남 지역에서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1·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235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112%나 늘어난 121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3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매년 주당 125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상장 폐지 직전 18일 종가(1만200원)로 시가 배당률은 1.22%에 그치지만 회사 창립 이후 단 한차례도 배당을 빠뜨린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여기다 상장폐지 후 최대주주가 배당을 대폭 늘릴 예정이라는 소문은 투기 바람까지 불러일으켰다. 경남에너지는 10일 정리매매를 시작하며 남아 있던 소액주주 지분 4.96% 가운데 1.22%밖에 사들이지 못했다. 오히려 상장 폐지를 앞두고 매수세가 몰리며 11일 주가는 153.7%나 오르기도 했다. 상장폐지 종목의 정리매매일에 주가 급등은 극히 이례적이다. 현재 경남에너지는 96.26%를 최대주주인 경남테크와 특수관계인 사모펀드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남에너지의 장외 매수를 자제하기를 권한다. 도시가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펀더멘탈 자체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도시가스 소비량은 2014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주주가 배당을 늘리고 싶어도 실적이 나쁘면 배당은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에 비해 거래가 어렵고 세금도 비싸다. 0.3%의 거래세가 붙는 상장 주식과 달리 비상장 주식은 0.5%의 거래세와 양도 소득세도 내야 한다. 경남에너지 관계자는 “상장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꾸준히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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