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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흔드는 정치 더이상 안된다]'정치금융'이 은행·기업까지 망가뜨려…악순환 고리 끊어야

<1>경제국회 만들어라

온갖 압력에 구조조정 때놓쳐 은행 손실 눈덩이

저축은·경남기업 등도 정치권 입김 탓에 禍 키워

"검은 커넥션 못막으면 제조업 부실 계속될 것"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해 현장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대우조선 노동조합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오른쪽 사진). 재계는 조선업을 살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정치권이 구조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치금융이 지금의 조선업 부실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거제=연합뉴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금융감독당국 고위직을 지낸 A씨는 지금도 조선 구조조정을 제때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내부적으로 수차례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청와대와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선거를 망치려느냐”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는 이유였다.

죽여야 할 기업에 지원이 나간 적도 있다. A씨는 “지금 조선 구조조정 범위가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당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그때 구조조정을 했다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가 흔드는 경제’ ‘정치가 망치는 경제’는 기업 구조조정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정치권이 인사를 무기로 금융사를 장악하고 정치권의 덕으로 자리를 차지한 인사는 ‘묻지 마 대출’로 그들의 민원(?)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연결고리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은행과 기업을 좀먹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데 업계 관계자들은 동의하고 있다. 정치권의 금융 장악이 기업까지 망가뜨리는 것이다.

조선 산업만 해도 정치금융의 난맥상이 제대로 드러난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001년 출자전환 등을 통해 2조9,000억원을 지원했고 지난해에도 4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또다시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뒤에 부적절한 커넥션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구조조정 대상이 된 조선·해운업종의 부실기업에도 정치권과 금융권 인사가 대거 낙하산으로 내려갔다. 산업은행만 해도 2011년부터 2015년에 임직원 43명이 퇴직한 뒤 대우조선 등 거래기업에 취업했다.

채권단에서 2조원을 지원받고도 법정관리 문앞에 서 있는 성동조선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1년 국민은행이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며 채권단에서 빠졌지만 일부 금융사가 무리하게 지원을 계속했다. 전직 국민은행 임원은 “성동조선 지원건은 청문회를 개최할 만한 사안”이라며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온 회사를 다시 컨설팅을 맡겨 존속가치를 더 높게 한 말도 안 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악의 연결고리는 수차례 입증됐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경우 결과적으로 기업 워크아웃 때 정권 실세와 만나 로비를 했음을 보여줬다. 2011년부터 시작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적지 않은 여야 정치인이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실제 금융공기업뿐 아니라 시중은행에도 정치권의 압력은 세게 들어온다. 한 시중은행의 전직 여신담당 부행장은 “하도 정치권 청탁이 많이 들어와 요구가 온 업체의 경우 대출카드에 ‘누구누구 요청’이라고 따로 적어놓았을 정도”라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은 정치권과 고위직을 통해 끊임없이 지원요청이 온다”고 전했다.

이는 정치권이 금융권의 인사에 수시로 개입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일부 금융지주는 여전히 은행장이나 주요 임원 선임에 대해 청와대의 의중을 살핀다. 특정인에 대한 지명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를 하지는 않는지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서도 정치권과 가까이 해 향후 인사에서 득을 보려는 내부 인사들이 있다. ‘정치권의 금융 장악→부실기업 대출→환부 제거 없는 지원으로 부실 확대→해당 기업 및 제조업 위기→은행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지점이다.

특히 국책은행은 ‘정치금융’판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수출입은행은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의 승인이나 동의 없이는 행장이 임원 하나 마음대로 임명할 수 없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의 경우 노골적으로 임원이나 감사 자리를 달라는 요구가 오는데 국책은행은 정치권이 당국을 통해 인사나 예산에 간섭할 수 있어 대부분 거절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다른 금융공기업도 비슷하다. 올 들어서도 신용보증기금과 한국무역보험공사에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이 감사로 임명됐다. 김기석 신임 신보 감사는 새누리당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본부장을 지냈고 이대용 무보 감사는 당에서 대통합위원회 위원을 거쳤다. 한국예탁결제원도 신임 예탁본부장에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의 보좌관 출신을 앉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선 때 참모를 지냈거나 새누리당 출신인 인사도 올해만 11명이 공기업 감사로 재취업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치권의 금융사 인사 개입과 그에 따른 부적절한 기업 지원은 알 만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정치금융이 계속되는 한 제조업 부실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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