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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 4,000여건 중국에 통째로 넘어가...알짜기업 매각에 반면교사

[핫이슈] '구조조정의 민낯'...껍데기만 남은 하이디스

2002년 LCD사업부 BOE에 매각

BOE, 기술만 쏙...4년만에 부도처리

"中 디스플레이 산업기반 닦아준 꼴"





지난 2015년 1월 7일 공장폐쇄 이후 멈춰버린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부지 내 하이디스 생산 라인./사진제공=하이디스 노동조합


조선·해운·철강 등의 구조조정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가운데 과거 반도체사업 재편과정에서 중국 업체에 매각됐다가 ‘참담한 결과’를 맞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업체인 하이디스의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 중 상당수가 하이디스처럼 사업부 분할과 매각을 기본 축으로 하고 이의 일부는 외국으로 팔려 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업황 부진에 직면한 기업들의 마구잡이식 사업 매각이 제2의 하이디스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때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핵심사업부였지만 지금은 껍데기만 남은 하이디스의 모체는 옛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의 LCD사업부다.

지난 2002년 경영난을 겪던 당시 하이닉스반도체는 비핵심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하이디스인 LCD사업부를 분사해 중국 BOE에 매각했다.

이때부터 하이디스의 굴곡진 역사는 시작됐다. BOE는 인수 직후 하이디스가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기술공유를 내세워 하이디스와 전산망을 통합했다. 이를 통해 하이디스가 보유하고 있는 알짜 기술 4,331건을 확보한 BOE는 인수 4년 만에 회사를 부도 처리했다. 하이디스 노조 관계자는 “BOE가 설비와 장비를 그대로 둔 채 회사를 부도내고 돌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BOE가 떠나자 그 자리에는 2008년 대만 영풍위그룹 계열 전자잉크 업체인 이잉크(E-INK)가 들어왔다. 이잉크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전자책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자국 내 생산설비만으로는 생산능력이 달리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이던 하이디스를 인수했다. 하이디스가 보유한 디스플레이 생산설비를 활용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잉크는 BOE와 마찬가지로 인수 이후 기술과 설비투자는 외면했다. 그리고 현재는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부지에 있는 하이디스 공장을 폐쇄했다. 회사에는 사업장 내 협력사에 대한 설비공급 업무를 맡은 직원 10여명만 남아 있다. 그나마 정직원은 4명뿐이다.



BOE에 매각되기 직전 한때 전체 임직원이 2,000명에 달했던 회사의 초라한 현실이다. 공장 폐쇄로 일터를 잃은 하이디스 노조원들은 현재 주한대만대표부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1년 넘게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대만으로 날아가 원정투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불법 강제출국을 당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알짜 매물로 나왔다가 해외로 매각된 하이디스는 지난 15년간 회사 매각과 법정관리, 기술유출, 공장 폐쇄를 겪으며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이 과정에서 특허 등 핵심기술은 중국에 고스란히 넘어갔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의 기반을 우리나라가 닦아준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조선을 비롯한 구조조정 기업들에 하이디스 사례가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지금이야 중국이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강국이 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 수준은 걸음마 단계였다. 하이디스가 보유한 광시야각기술(FFS)은 삼성과 LG 등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기술이다. 2003년에는 회사가 BOE하에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색상의 선명도를 보강한 AFFS로 기존 기술을 업그레이드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력을 보유한 알짜 기업을 큰 그림 없이 상황에 급급해 해외에 매각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모기업인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팔렸다면 영락없이 하이디스와 같은 상황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매물로 쏟아져 나올 텐데 알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구조조정이라는 명분만 앞세워 외국에 팔 경우 하이디스 이상의 비극적인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며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구조조정(매각)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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