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썸타는 영화&경제] (31) ‘정글북’과 중국 화웨이의 ‘늑대전략’

‘정글북’에서 늑대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법을 중시하는 집단이다. /출처=네이버영화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모글리(닐 세티) 외에는 실제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은 70여 종의 동물과 정글의 울창한 숲이 모두 컴퓨터그래픽(CG)이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디즈니 영화 ‘정글북’ 얘기다.

정글의 무법자 쉬어칸은 모글리를 죽이려 한다. /출처=네이버영화


#평화를 사랑하는 늑대

‘정글북’은 늑대들 속에서 자라난 늑대인간 모글리가 주인공이다. 그를 키운 어머니 락샤와 형제 그레이, 늑대 지도자 아켈라 등 늑대의 무리는 평화를 사랑하고, 법을 생명처럼 여긴다. “이것은 정글의 법칙이다. 지키면 살 것이고 어기면 죽을 것이다”라고 입버릇처럼 외치고 다니는 늑대들이다.

특히 모글리에 대한 엄마늑대 락샤의 사랑은 각별하다. 정글의 무법자인 호랑이 쉬어칸에 의해 늑대 집단의 평화가 짓밟혀 모글리가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락샤는 “누가 뭐래도 넌 내 소중한 아들이야”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인간 못지않은 모정이요 의연함이다.

실제로 늑대들은 어미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티베트승냥이’라는 별칭을 가진 늑대는 생후 60일가량 지나면 어미로부터 짐승을 잡아먹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모글리(왼쪽)와 스승 격인 바기라(흑표범). /출처=네이버영화


#한국·유럽인 ‘늑대=악마’

하지만 우리 민족은 대대로 늑대를 흉포하고 잔인한 맹수로 인식해 왔다. 음흉한 남성을 늑대에 빗대온 것도 같은 이유다. 유럽에서도 늑대를 악마와 흡혈귀 등의 상징으로 여겼다.

반면 고대의 북방아시아 유목민에게 늑대는 신성한 존재였다. 2004년 출간된 중국 소설 ‘늑대토템’에서도 늑대는 몽골 유목민족의 신격화된 숭배 대상으로 그려졌다. 소설은 그뿐 아니라 늑대는 뛰어난 병법과 지략으로 사냥을 하고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자신의 암컷과 새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줄 아는 유일한 동물로 묘사했다. ‘늑대토템’은 중국에서 무려 1,800만부의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고, 중국인들 사이에선 늑대에 대한 예찬이 넘쳐났다. “중국인에게는 ‘늑대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중화민족이 부흥할 수 있다”는 광기 어린 주장까지 나돌 정도였다.

카아(구렁이)는 “날 믿으렴”이라고 모글리에게 속삭인다. /출처=네이버영화




#화웨이 ‘늑대전략’ 표방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늑대전략’ 또한 이런 기류에 편승한 것이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은 늑대의 강한 끈기와 불굴의 도전의식, 팀플레이, 민감한 후각 등을 본받아 화웨이를 키우자는 취지로 늑대전략을 주창했다. 이를 모토로 화웨이는 통신업계의 절대강자 에릭슨과 시스코 등도 거들떠보지 않는 동남아시아는 물론 히말라야와 아프리카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통신 인프라를 깔고 시장을 넓혔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 먹잇감이 생기면 동물적 후각으로 알아채고 지체 없이 사냥에 나섰다. 팀플레이를 위해서라면 창업자 자신이 1.4%의 지분만을 갖고 나머지 지분을 모두 임직원들에게 나눠주는 파격적인 선택까지 주저하지 않았다. 이에 직원들은 사무실에 텐트를 깔고 몇 달씩의 야근과 철야도 기꺼이 감당하는 헝그리정신으로 무장할 수 있었다.

카아의 목소리는 스칼렛 요핸슨이 맡아 연기했다. /출처=네이버영화


#삼성에 소송 건 화웨이

화웨이의 ‘늑대전략’을 주목해서였을까? 얼마 전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한 언론은 ‘늑대(화웨이)가 사자(삼성)를 물었다’고 표현했다.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늑대 이빨을 드러낸 것은 먹잇감을 알아챈 결과다. 소송의 가장 큰 이유는 이를 통해 화웨이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중국에선 최강자이지만 프리미엄 제품 시장인 미국에서는 점유율이 미미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송이 치열할수록 ‘화웨이’의 이름이 미국시장에 널리 알려지고 그만큼 시장을 넓힐 기회가 커진다고 판단한 듯하다. 역시 ‘늑대’답다.

발루(곰)과 모글리가 “걱정과 근심 떨쳐버려요~”라고 흥겹게 노래부르며 물놀이하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평화 수호자? 악마?

‘정글북’에서 도망자 모글리는 정글 곳곳을 다니면서 카아(구렁이)와 발루(곰), 루이(오랑우탄)을 만나고 스승 격인 바기라(흑표범)와 함께 갖가지 모험을 겪는다. “널 지켜줄 수 있는 건 나뿐이야”라는 루이의 솔깃한 말도, “날 믿으렴. 절대 해치지 않아”라는 카아의 달콤한 속삭임도 있었다. 게다가 모글리는 죽이려는 쉬어칸은 도무지 포기를 모르는 악당이다.

영화에서는 평화를 사랑하고 법을 생명으로 여기는 늑대들과 폭력을 일삼는 무법자 호랑이가 선악의 대결을 펼친다면, 현실에서는 ‘늑대전략’으로 무장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세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현실 속의 이 ‘늑대’들은 평화의 수호자인가, 흉포하고 잔인한 약탈자인가. 그 대답은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의 몫이다.

/문성진기자 hns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