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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에 짓눌린 젊은이처럼...

이동욱 개인전 '모두 다 흥미로운' 페리지갤러리서

이동욱 ‘하얀버섯’ 높이 8cm, 2016년작




벌거벗은 젊은이의 구부린 등을 짓누르는 것은 짊어진 삶의 무게일까? 비틀거리면서도 힘주어 걷는 발끝이, 꽉 쥔 주먹이, 일그러진 얼굴이 선홍색으로 물들었다. 어른 손가락 길이 정도의 인체 조각상 ‘하얀 버섯(White Mushroom)’은 커다란 아크릴박스 안에 들어 전시돼 있다. 키가 8cm 밖에 안 되는 작은 작품인데다 사방에 둘러친 아크릴 표면이 희뿌옇게 얼룩진 까닭에 코를 바짝 대고 들여다봐야 한다. 나체 인물을 가둔 박스가 손때묻은 지하철 스크린도어 같다. 등도 채 펴지 못하는 그는 ‘구의역 참사’의 젊은 노동자부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힘겨운 청년’들을 떠올리게 한다.

섬세한 손작업으로 점토를 빚어 만든 소형 인물상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이동욱(40)의 개인전 ‘모두다 흥미로운’전(展)이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8월6일까지 열린다. 페리지갤러리는 중견 제조업체 KH바텍이 운영하는 비영리 전시공간이다.

로비에 전시된 작품 ‘하얀버섯’에는 접착식 가격표가 잔뜩 붙어있다. 사람의 가치마저도 값으로 매기는 자본주의의 압박이 고스란히 인체에 전가된다. 이 작가는 “출시 가격이 있지만 이후 할인, 세일을 거치며 그 가격 위에 가격표들이 이렇게 덧붙여지는 것에 착안했다”면서 “그 형상이 마치 ‘영지버섯’같아 보였고 죽은 나무에 기생해 양분을 얻고 커가는 버섯의 생태 또한 오늘날 사회에 빗대 생각할 부분이 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은 지하1층 전시장 전체를 채운 돌(石) 설치작품 ‘모두 다 흥미로운’이다. 미국 소설가 코맥 매카시의 소설 ‘모두 다 예쁜 말들’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작가가 20여개국에서 수집한 색색의 돌을 늘어놓은 작품이다. 작가의 수집 기준이 색깔이었고, 이들이 놓인 형상은 마치 무지개 같다. 그러나 가까이서 본 돌들의 세부는 예쁘장한 동시에 기괴하다. 돌에서 인간이 느껴진다. (070)4676-7091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이동욱의 설치작품 ‘모두 다 흥미로운’의 일부 /사진제공=페리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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