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산에 있는 장애인 표준 사업장 동아위드에서 만난 조승우(28·지체장애인 2급·가명)씨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한 말이다. 조 씨는 지난 4월 동아위드에 입사했다. 의사소통이 어렵다 보니 그 동안 복지 기관에서 알선해 준 단기 아르바이트만 해본 조 씨에게는 이곳이 사실상 ‘첫 직장’이다. 인쇄·출판·디자인 회사인 동아위드는 부산시가 추진중인 ‘장애인 취업지원 후견인제’를 통해 올해 1월 설립된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이곳에는 총 1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조 씨와 같은 중증장애인이 8명에 달한다.
이들은 하루 4시간 동안 작업장에서 라디오나 음악을 들으며 제본이나 인쇄물을 접는 일 등을 하고 한 달에 60만 원(4대보험 가입)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돈 보다 목에 걸고 있는 ‘사원증’이 최고의 선물이다. 사원증은 이들이 곧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입사한 박다혜(22·여· 청각장애 2급·가명)씨는 “입사한 뒤 사원증을 목에 걸었을 때 나도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라는 감동이 밀려왔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매일 되새기며 사원증을 목에 건다”고 말했다. 김근대(20·발달장애 3급·가명)씨는 첫 월급으로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스마트폰을 구입해 한국사와 과학을 공부하고 있다. 동아위드내 고객용 카페의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김나영(20·여· 발달장애 3급·가명)씨는 이제 낯선 사람에게 농담을 건넬 정도로 인간관계가 원활해지기도 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장애인 취업지원 후견인제’ 사업을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벌여 881명의 후견인이 2,870개의 일자리를 발굴하고 1,039명의 장애인이 취업에 성공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장애인 후견인제 사업은 기업인이나 로타리·라이온스클럽 회원 등을 후견인으로 위촉해 장애인의 취업을 알선·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줘 스스로 용기를 갖고 일어설 수 있도록 자립 기반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라 말했다. 취업에 성공한 경증·중증장애인은 경제적 자립과 사회복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후견인으로 참여한 기업은 사회공헌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이 사업에는 동아위드를 비롯해 부산은행, 세정, 삼진어묵, 대선주조, 장미고무장갑 등 지역의 뜻있는 부산지역 기업 대표나 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경숙 동아위드 공동대표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만들어 후견인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망설이기도 했으나 사회복지 차원에서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사업 경쟁력을 키워 더 많은 장애인의 자립기반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앞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구축해 일자리를 늘려나가는 것은 물론 장애인일자리 통합지원센터도 운영해 장기고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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