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심증은 가나 물증은 없다'...CD금리 담합 사실상 무혐의

2012년 7월 조사 후 4년만...담합 추정할 수는 있으나 사실관계 확인 곤란

은행들 '안도', 시민단체 '당혹'...공정위 혼란 자초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1차 전원회의 심의에 은행 관계자 등이 참석,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4년여간 계속된 공정거래위원회의 6개 시중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무혐의로 끝이 났다. 은행들은 일제히 “공정위의 결론을 존중한다”며 안도했지만 CD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해온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공정위가 불충분한 증거로 무리하게 담합을 추정한 탓에 장기간 시장 혼란만 부채질한 것 아니냐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SC은행 등 6개 은행의 CD금리 답합 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 “사실관계의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심의절차 종료’를 결정했다.

심의절차 종료는 피심인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혐의 결정과 효력이 같다.

다만 향후 추가로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심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무혐의와는 개념이 다르다.

공정위 사무처는 6개 은행이 2009년부터 현재까지 CD 발행금리를 금융투자협회가 전일 고시한 수익률 기준으로 발행(par 발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상당 기간 CD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가계대출 금리를 정해왔기 때문에 CD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은행들이 대출을 통해 이자수익을 높게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즉 은행들이 CD금리를 시장 상황을 반영한 은행채 이자율보다 더 높게 유지함으로써 부당하게 대출이자 수입을 늘렸다는 것이다.

사무처는 2007∼2008년 46%였던 은행들의 CD 파(par)발행 비율이 2009∼2015년 89%로 껑충 뛴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당시 6개 은행 실무자들이 발행시장협의회 메신저를 통해 CD 발행금리와 관련해 서로 대화한 기록이 있다는 점, 잔존만기가 같은 은행채와 비교하면 이자율 변동이 지나치게 경직돼있는 점 등도 담합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무처 심사관의 의견과 은행 측의 반론을 들은 공정위 상임위원들은 사실상 은행의 손을 들었다.



통상 담합 행위는 대부분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벌어지는 반면 담합 혐의를 받은 은행의 CD 발행 시점은 최장 3년 9개월까지 차이가 났다. CD가 발행되지 않을 때는 과거 발행 금리로 고시했기 때문에 매번 발행해 시장 금리를 반영한 다른 채권보다 금리가 느리게 내려갔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CD와 관련된 채팅방 대화도 담합으로 확정하기 무리가 있다고 봤고 해당 채팅방에 CD 발행과 무관한 실무자도 다수 포함돼있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당시 예대율 규제 등으로 CD 거래량이 줄어 시장금리가 형성될 수 없었다는 은행 측의 반론도 전원회의에서 일부 받아들여졌다.

아울러 위원회는 금리 하락기와 달리 상승기에는 전날 수익률로 담합하는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심사관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상임위원들은 지난달 22일 전원회의를 열고 사건을 심의했지만 당장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일주일간 숙고를 거듭해 29일 최종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 사무처가 4년여간 장기간 조사를 벌여온 CD금리 담합 의혹이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서 사무처의 무리한 추정으로 시장에 혼란만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 동안 공정위원장이 세 차례 바뀌었고 CD금리 조사 실무자도 세 차례 달라졌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지난 6월 기자 워크숍에서 “과거 경험상 담합 결론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계속 자료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업계도 실무자 채팅방 등 오해 여지가 있는 관행을 스스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행들은 공정위의 결정을 무혐의로 받아들이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SC제일은행은 앞서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담합’ 결정을 내릴 것을 대비, 법무법인을 선임하며 법적인 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 대규모 집단소송을 준비하던 금융소비자원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금소원은 자체 분석을 통해 금리 담합으로 인한 피해자가 500만명, 피해 규모는 4조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금소원 조남희 대표는 “공정위가 4년 가까이 시간을 끌어오다가 이렇게 용두사미로 결론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시장의 신뢰를 잃는 행위”라며 “공정위에 자료를 요구하고 법적인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CD금리, # 담합, # 공정위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