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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경제검찰’ 공정위] 무리한 조사·과징금에 신사업도 발목...재계 '공정위 포비아' 확산

<공정위 덩치는 커지고 신뢰는 추락>

과징금 소송 4건 중 1건은 패소...환급 3배나 늘어

지배구조 손질·M&A 경영 활동에도 과도한 입김

경제민주화로 권한 더 세져...기업 불확실성만 증폭

한 대기업 직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그룹 지배구조 현황이 담긴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가 붙인 공정거래위원회의 별칭은 ‘저승사자’다. 공정위가 기업 경영 전반에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해서다. 담합 여부를 조사해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물리는 징벌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배구조 손질,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미래가 걸린 결정에도 공정위가 최종 승인권자로 나선다. 일감 몰아주기(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금지 조항을 활용하면 그룹 총수를 불러다 ‘망신’을 줄 수도 있다. 재계의 한 대관 담당 임원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최근 그 힘이 쇠퇴하고 있다”며 “공정위는 도리어 힘을 키워가면서 기업들의 생존마저 흔들 정도가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지닌 공정위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신뢰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또 다른 기업의 대관 담당 임원은 “최근 공정위의 행보를 보면 칼끝은 점차 무뎌지는데 덩치(권한)만 커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법 집행이 정교하고 신속해야 기업들도 예측 가능성을 기반으로 맘 놓고 투자와 고용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가 느끼는 ‘공정위 포비아(공포증)’의 근원에는 기본적으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무리한 조사로 일단 과징금을 매겨 기업에 재무 및 소비자 이미지에 타격을 안긴 뒤 법원에서 최종 결과가 뒤집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기업이 제기한 총 589건의 과징금 불복소송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241건을 제외한 348건 중 23.3%에 해당하는 81건은 공정위가 패소(42건)하거나 일부만 승소(39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기업에 네 번 과징금을 물리면 그중 한 번은 도로 토해낸 셈이다.

이에 따라 과징금 환급도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1년 1,337억원이었던 공정위의 환급 과징금은 지난해 3,57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기업이 일단 냈던 과징금에 붙여 돌려준 이자만도 373억원에 이른다.

이런 이자는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되는 돈이다.

매년 환급 과징금이 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전직 공정위 관료들을 위해 ‘일거리’를 마련해주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최근 5년 동안 공정위 고위 공직자의 85%가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에 재취업한 가운데 공정위가 과다한 과징금을 물리고 이를 재판을 통해 깎는 과정에서 ‘일감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업무 특성이 매우 전문적이어서 외부 전문가가 거의 없고 퇴직 이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산하 공기업도 없어 대기업이나 로펌 재취업이 기타 정부부처에 비해 많은 편이다. 대형 로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정부 관료도 공정위 출신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일단 담합이나 ‘갑질’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서면 추후 무혐의 처분이 나더라도 기업 이미지가 극도로 훼손된다”며 “과징금 역시 돌려줄 때 이자(현재 2.9%)를 붙여준다지만 기업은 그 사이에 반드시 필요한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정상적인 기업 경영 과정에서 공정위가 행사하는 입김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가 5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최종 불허하자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업 재편을 도와 신성장동력 마련에 힘쓰겠다는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동떨어진 결정 아니냐”는 목소리가 즉각 터져 나왔다. SK는 공정위 결정에 대한 소명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어서 통신업계가 당분간 소모적인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의 덩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대 총선 이후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다시 한 번 거세게 불면서 공정위의 권한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탓이다.

국회 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게 된 국민의당이 창당 1호법안으로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개정안에는 특히 ‘기업분할명령제’가 포함돼 있어 기업 경영에 독소 조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대기업 계열사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으로 독점 폐해가 발생할 경우 공정위가 소송을 제기해 해당 기업의 주식을 강제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과징금 처분만으로도 저승사자 소리를 듣던 공정위에 큰 칼을 하나 더 선사하는 셈이다. 개정안에는 또 공정위 조사를 방해할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담겨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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