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중국 장화이자동차(JAC)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EV6s’를 선보였다. 행사에 참가한 심양 JAC 해외 판매 총괄은 “한번 충전으로 최장 250㎞ 이상, 영하 20도 극한상황에서도 주행이 가능하다”며 삼성SDI의 배터리 성능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향후 출시 예정인 차량에도 삼성SDI 배터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삼성SDI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하지만 JAC는 3개월여 만에 입장을 바꿨다. 바로 전기차 판매의 핵심인 정부 보조금 때문이다. 삼성이 중국 정부의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을 받지 못하면서 JAC도 한발 물러선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내 다른 업체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삼성SDI와 LG화학이 다음달에 있을 5차 모범규준 인증 작업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실 경우 중국 내 배터리 사업 자체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해야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ZOTYE, 지리 등 다른 중국 업체 공급도 쉽지 않을 듯=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38%로 미국(21%)을 이미 앞질렀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오는 2020년 69만대로 지난해 대비 5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각국 완성차 업체 및 전기차 부품 업체들은 앞다퉈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SDI에도 중국은 핵심 시장이다. 유럽(60%)에 이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JAC가 이번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정책 리스크가 크다. 삼성이 배터리 승인을 받을 때까지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삼성SDI는 다음달에 있을 5차 모범규준 인증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태다. JAC와의 거래 확대를 발판으로 중국 사업 강화에 나섰던 삼성SDI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SDI는 전기차 등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중국 톈진 내 생산 공장 증설을 적극 추진 중이다. 그러나 JAC의 전기차 생산 중단에 따라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JAC와의 거래로 큰 효과를 기대했지만 사실상 물량 공급이 기약 없이 미뤄진 상황이 됐다”며 “이번 사태로 중국 ZOTYE와 지리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물량 공급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높아져만 가는 보이지 않는 장벽=삼성SDI는 올해 1월 자동차 전지 사업부가 2018년부터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결은 중국 시장이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보이지 않는 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나서는 점 역시 악재다. 실제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우리 업체의 점유율은 4~5위권이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6위 내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JAC의 경우 ‘iEV6s’의 중저가 모델의 전기 배터리는 중국 현지 업체의 것을 쓰지만 고급 모델은 삼성 것을 쓰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다음달에 있을 예정인 5차 인증에서 인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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