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워너브라더스(WB)가 내놓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HDR(High Dynamic Range)버전으로 재생하자 외계 우주선이 지구를 공격할 때 나오는 빔이 더욱 푸른 빛을 띄고, 이 빔으로 진동하는 구름의 물결이 느껴졌다. 화염 장면에서도 불꽃 심지와 빛깔이 선명하게 나타나 실제로 눈 앞에서 건물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이처럼 기존 초고화질(UHD)보다 밝고 어두움의 표현이 10배나 커진 이러한 영상을 거실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다.
KT는 12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터넷TV(IPTV)인 올레TV에서 13일부터 세계 최초로 HDR 전용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모든 채널을 FULL HD급 화질로 제공하고 있는데, 화질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가게 된 것이다. HDR은 화면의 명과 암을 세밀하게 표현해 상이 망막에 맺히는 것처럼 영상을 보여준다. 유희관 KT 미디어사업본부장은 “기존에 HDR로 제작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와 UHD TV를 가지고 있는 시청자를 연결시킬 방법이 없었다”며 “올레TV에서 HDR 콘텐츠를 읽어낼 수 있는 셋톱박스를 통해 이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됐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영찬 삼성전자 서비스Biz팀 상무는 “올레 TV에 사용되는 HDR 10 방식은 삼성전자가 기술표준화를 선도해 왔다”며 “올해와 지난해 제작된 삼성 UHD TV 소비자들은 누구나 HDR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LG에서 나온 UHD TV에서도 채택하고 있어 LG TV 이용자들도 볼 수 있다.
그동안에는 미국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넷플릭스, 일본 소니 등에서 HDR 콘텐츠를 제작해왔지만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HDR 콘텐츠가 증가할 전망이다. KT는 HDR 콘텐츠를 연말까지 65개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HDR 기술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시기 상조라는 반응도 있다. Btv를 운영하는 SK브로드밴드 측은 “지난 4월 HDR 상용화 기술을 개발했지만 HDR 콘텐츠 및 TV 보급 등 시장상황을 고려해 상용화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LG유플러스는 “HDR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지만 기술 표준이 확립되지 않아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 유희관 본부장은 “HDR 콘텐츠가 늘어나고 TV 가격이 떨어지면 대중화가 가능하다”며 “지상파도 HDR로 전환되면 대중화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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