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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해수욕장 쓰레기만 연간 7,200톤…‘해(海)치우자’

해안가에서 발생한 쓰레기 연 7,275톤

전국 어선 7만척 1년간 버린 양의 3배

바다로 간 쓰레기 먹이사슬 따라 축적돼

휴가철 해수욕장 ‘海치우자’ 운동 돌입





휴가철 초입에 느닷없이 해양수산부가 ‘해치우자’ 행사에 돌입한다는 과격한 발표를 했다. 전쟁하자는 말은 아니다. 정말 바다(海)를 치워보자는 얘기다.

23일 해수부는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전국 5개 해수욕장에(해운대·광안리·명사십리·망상)서 해양 쓰레기 수거를 독려하는 ‘해(海)치우자’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행사는 휴가철에 맞춰 진행한다. 이 시기 해수욕장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해안가에서 연간 발생하는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요란한 이름을 걸고 행사하는 이유는 버려지는 쓰레기양을 보면 짐작된다. 해수부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의뢰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연간 해안가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양만 7,275톤에 달한다. 이 쓰레기들을 되가져가 제대로 된 곳에 버리자는 말이다. 쓰레기 7,275톤 1.5ℓ페트병에 담긴 사이다로 환산하면 무려 485만개다. 내용물이 빠진 순수 페트병(뚜껑 포함 43.3g, 칠성사이다 기준)으로만 계산하면 1억6,801만3,856병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약5,000만명)가 1.5ℓ사이다를 세 병 이상 먹어도 모자란 양이다. 이만한 규모의 쓰레기가 전국 해안가에서 쏟아진다. 물론 해안가가 다 해수욕장은 아니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에 해수욕장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쓰레기가 상당량을 차지한다.

해수욕장 등 해안가 쓰레기의 양은 다른 곳에서 나오는 양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전국 6만8,000여척의 어선이 어업활동을 하며 한 해 버리는 생활 쓰레기는 약 2,347톤이다. 해안가 쓰레기양은 우리나라 6만8,000여척의 어선이 1년 동안 버리는 쓰레기양보다 3배 넘게 많은 셈이다. 전국 양식장에서 유실되는 스티로폼 등 부표(4,382톤)와 어선 생활 쓰레기를 합쳐야 해안가 쓰레기와 견줄 수 있을 정도다.

해가 뜬 새벽, 해수욕장에 각종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사진=해양수산부




정부가 해(海) 치우기에 나선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전 세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어서다. 해양 쓰레기 중에 고철과 알루미늄 캔 등은 바다에서 부식돼 자연 분해되는 기간이 짧다. 하지만 페트병과 비닐봉지 같은 쓰레기는 바다에서 분해되지 않고 최장 수 백년을 떠돈다. 지난 2014년 말 전 세계 12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컨소시엄이 낸 세계 해양 플라스틱 오염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상에 있는 해수면 근처에만 무려 26만8,940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다닌다.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매년 최대 5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조각으로 나눈 개수는 약 5조 개로 이 가운데 92%가 0.33~4.75mm 크기의 미세 조각이다. 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태양의 자외선을 받아 잘게 분해되는 현상 때문이다.

바다에 떠있는 쓰레기들./사진=greatpacificgarbagepatch.info


충격적인 연구 결과는 또 있다. 2007년 ‘LA타임스’에 바다의 플라스틱 전염병 문제를 다룬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찰스 무어는 태평양 한가운데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거대 해양 쓰레기 지대를 발견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는 이 지대를 북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구역(GPGA·Great Pacific Garbage Patch)으로 부른다. 이와 함께 찰스 무어는 바닷속 플라스틱이 독성화학물질을 흡수해 해양의 먹이 사슬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해양 생물들이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을 먹어 독성을 체내에 축적하고 결국 인간의 입까지 플라스틱이 도달한다는 얘기다. 바다거북이가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해 먹거나 소형 어류들이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먹어 체내에 축적된다는 분석이다. ‘해(海)치우자’ 행사도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해양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취지다.

해수부 관계자는 “연안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는 바다로 흘러가 해양 환경을 악화시키고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에게 피해가 돌아온다”면서 “해수욕장 환경을 정화하고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국민들의 자발적으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사진=local global beach garb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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