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은 공통점이 있다. IBK기업은행이 금융지원을 한 것이다. 영화 ‘관상’, ‘국제시장’, ‘명량’, ‘베테랑’, ‘연평해전’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기업은행이 투자한 작품들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자 영화계에서는 이미 ‘큰 손’으로 자리매김 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부산행’에는 15억원을 투자했다. 영화는 개봉 1주일 만에 6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350만 명이 손익분기점인 것도 훌쩍 넘겼다. 여름성수기 대작들 사이에서 ‘부산행’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1000만 관객 동원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인천상륙작전’에도 30억원을 투자했다. 그중에서 5억원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크라우드펀딩에서는 정해진 관객 수를 넘기면 투자수익률이 1%씩 증가된다. 그래서 일까. 영화 개봉 전부터 높은 관심을 보이더니 예매순위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영화 관객 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금융상품인 ‘영화 인천상륙작전통장’ 판매도 나섰다. 은행에서는 흥행이 잘 될 경우, 투자수익과 홍보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영화사만큼이나 대중들의 반응에 집중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문화콘텐츠분야 투자에 성공하자 다른 은행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KEB하나은행은 8월 개봉 예정인 영화 ‘터널’에 대해 관객 수에 따라 금리를 높여주는 ‘무비 정기예금’을 판매할 예정이다.
은행들의 투자에 영화계는 반갑다. 그동안 은행들은 문화콘텐츠분야를 고위험 산업군으로 인식해 투자를 기피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2012년 최초로 문화콘텐츠산업팀을 꾸려 영화에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시작은 국책은행으로서 정부의 문화융성 및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문화콘텐츠분야에 금융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은행과 영화계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영화투자에서는 다른 부문의 투자수익률에 비해 월등히 높은 연평균 8%의 투자수익률도 기록했다. 기업은행이 2011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와 대출한 금액은 총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중 영화산업에는 약 7000억원이 해당된다.
금융지원 과정은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10여명이 넘는 팀원 전체가 작품을 읽어본 뒤, 작품성부터 출연배우의 인지도, 감독 경력에 대해 열띤 논의를 거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가 결정되면 일절 간섭 없이 철저히 감독 의사에 따라 진행된다.
은행의 영화투자로 예산 규모가 큰 대작 영화들은 제작비 조달이 더 수월해졌다. 대기업에 이어 은행으로부터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신인감독과 제작비 20~50억원의 중·저예산 영화들은 여전히 제작비 조달이 만만치 않다. 비록 최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 확보에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은행들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중저예산 영화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양경미 영화학박사·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