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상용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질 경우 우리 기업인들의 중국 방문이 어려워져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수출의 26%, 수입의 20.7%를 차지하는 교역 1위 상대국이다.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3일 중국 상용비자 발급 요건이 변경됐다는 내용을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에게 안내했다. A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나 현지 업체의 초청장이 없을 경우 여행사 초청장으로는 발급 대행이 불가하다는 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초청장이 있어도 복수상용비자는 예전에 중국 비자를 1회 이상 발급받은 기록이나 입출국 기록이 있을 때만 접수가 가능하고 아니면 단수비자만 가능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절차로 상용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중국을 방문하는 개인이 직접 중국 현지 기업이나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초청장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초청장을 받기가 번거롭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 여행사들이 발급 업무를 대행하면서 중국 현지의 대행업체를 통해 임의로 초청장을 받아 상용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외교부와 국내 기업들은 중국대사관의 이번 조치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경제보복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한국 정계 인사의 중국 입국을 제한하고 그들 가족의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상용비자 발급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중국 시장에서의 영업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기업인 B사 관계자는 “중국 현지법인 관계자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여행사가 대행하던 초청장 발송 업무를 현지법인에서 직접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현지에 상설 조직이나 인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임직원들이 수시로 중국을 오가며 거래선을 유지해야 하는데 상용비자 발급이 제한되면 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광둥성에 생산법인 설립을 계획 중인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업체(ODM) 관계자는 “실무진이 현지 실사를 위해 최소 한 달에 2~3회씩 중국을 방문 중인데 상용비자 발급 요건이 강화되면 중국 방문이 전보다 어려워져 중국 현지 영업에 치명적인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중국 정부의 상용비자 발급 제한은 서막에 불과하고 추가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까 불안해 하기도 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드 배치로 중국이 경제 분야에 보복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 업계에 떠돌았는데 현실화된 것 같아 당황스럽다”면서 “더 강력한 조치가 나오지는 않을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희영·한동훈·강도원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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