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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폭스바겐, 소 잃었어도 외양간 고쳐라

성행경 산업부 차장

성행경 차장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얘기다.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실이 들통나 미국에서 천문학적 배상을 하기로 해놓고도 국내에서는 뭉그적거리다 더 큰 화를 자초했다. 환경부의 고발로 배기가스 조작 혐의를 조사하던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서류를 통해 폭스바겐그룹이 국내에서 십수 년간 소음·연비 등을 조작한 시험서로 인증을 통과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검찰 수사를 토대로 지난달 말 환경부는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의 32개 차종 8만3,000여대에 대해 인증 취소, 판매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번 처분으로 폭스바겐 딜러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팔 수 있는 차종이 2종에 불과하다. 차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딜러들의 앞날이 막막하다.

배기가스 장치 조작 여부는 그렇다 치고 한국 시장 진출 후 지속적으로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인증을 통과한 폭스바겐의 잘못은 명명백백하다. 판매 정지 후 폭스바겐은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딜러·협력사에 고개를 숙였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과징금 규모를 줄이려고 행정처분 일주일 전에 자발적으로 판매 중단이라는 ‘꼼수’를 부리더니 행정소송을 낼지에 대해서도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행정소송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차를 계속 팔 수 있지만 본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개정된 법에 따라 수천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실익을 따져보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연간 1,000만대를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 치고는 옹색한 대응이다.

소비자와 정부를 기만한 폭스바겐은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국 소비자는 호갱이냐’며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더라도 성긴 국내 법망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글로벌 기업들의 그릇된 인식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일벌백계 차원에서도 그렇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십수 년간 정부와 소비자의 눈을 속이고 차를 팔아왔다면 다른 브랜드도 인증을 빨리 받기 위해 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최근 10년 새 8배가량 성장했다. 지난 2003년 80여종이던 판매 모델이 지금은 500개가 넘는다. 환경부의 허술한 인증 시스템을 고려할 때 괜한 억측이 아닐 수도 있다. 이제 와 전수 조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과거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면 끊어내고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이번 사태로 징벌적 보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의 차량 인증 인력을 늘리고 인증 절차·시스템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보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수입차 업체들의 자성과 환골탈태가 먼저다. 폭스바겐은 비록 운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손 치더라도 불법 인증을 받은 차량을 구입한 차주들에게 사과하고 보상이든 환불이든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를 해야 한다. 수천 명의 딜러의 고용 불안도 해소하고 이른 시일 내 정상 영업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국내에서 차를 더 이상 팔지 않을 생각은 아닐 테니까 하는 말이다.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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