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 6월 금리 인하와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효과를 지켜보자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던 6월까지 내수는 소폭 개선세를 보였다. 하지만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된 7월 들어서 ‘승용차 판매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획재정부 8월 그린북에 따르면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4월 전년대비 5.8%, 5월엔 20.8%, 6월 24.1%까지 급등했지만 7월 들어서는 10.5% 급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승용차 개소세 인하 종료 등 정책 효과 약화로 내수 회복세가 제약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백화점 등 다른 소비지표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인한 기저 효과로 호조를 보였다. 7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5% 늘었다. 할인점 매출액도 5.8%, 카드 국내 승인액은 9.1% 각각 상승했다.
한은도 이 같은 소비절벽 문제와 상반기 재정의 조기집행, 그리고 구조조정 변격화 등으로 하반기 경기 하방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6월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다시 이 총재는 “재정 조기 집행 폭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하반기에 가선 재정이 성장의 마이너스 작용이 우려된다”며 “통화, 재정, 구조조정 3박자가 같이 가야 하는데 이번 달에 한은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며 전격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이후 정부도 발맞춰 구조조정 지원에 초점을 맞춘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추경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한 야3당은 ‘서별관 청문회’를 열지 않으면 추경안 통과는 어렵다는 공식적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추경안이 국회에 걸려있지만 정부가 이미 구조조정발 경기 하방 위험을 막기 위한 실업대책 등을 마련한 상황이라 한은이 또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만큼 급박하지 않다는 게 금통위의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도 한은이 쉬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7월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673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3,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 기록을 다시 깼다.
대외 변수는 안정적이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글로벌 금융자본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몰리면서 신흥국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일 만큼 투자 심리가 살아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희박해지면서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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