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밀리지 않아야 온두라스 잡을 수 있다.”
신태용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이 4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온두라스전에 대비해 ‘필승 비책’을 내놓았다. 신 감독은 14일 오전7시(한국시각)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주경기장에서 펼쳐질 온두라스와의 8강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준비는 끝났다”며 “선제골을 넣고 우리가 리드하는 경기를 만들어야 어려움 없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온두라스의 경기 스타일이 대단히 거칠었다며 선제골을 넣어야만 그런 모습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온두라스는 아르헨티나와의 D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시종일관 거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다 간간이 주어진 역습 기회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신 감독은 멕시코전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수비 위주의 경기 내용을 온두라스전에서는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 대표팀은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의도한 것과 달리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다 여러 번의 위기를 자초했다. 중앙수비와 미드필더 간의 간격이 벌어져 전방에 공을 투입하는 데 애를 먹었고 패스 미스로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멕시코·온두라스 같은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 선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나고 발놀림이 좋아 전방에서 공의 흐름을 미리 차단하지 못하면 개인 기량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플레이가 빈번하게 나와 실제 가지고 있는 기량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신 감독은 “온두라스와의 경기는 정상적인 스타일로 맞받아치면서 우리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멕시코전의 힘든 경기를 교훈 삼아 압도적인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온두라스전에서는 상대의 역습을 차단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상대가 역습을 전개할 때 나오는 공의 흐름을 미리 차단할 수 있어야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상대의 흐름을 차단하는 중책은 축구 대표팀에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창민(22·제주유나이티드)과 박용우(23·FC서울)가 맡는다. 멕시코전에서 대표팀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이 둘의 경기 공헌도가 앞선 독일전과 피지전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상 라인에서 상대 공격수를 막지 못하고 후방 중앙수비 쪽으로 자꾸 내려앉으면서 미드필드에서 공간이 열리는 문제가 생겼다. 이창민과 박용우는 이런 문제점을 바로잡고 한 발 더 뛴다는 자세로 온두라스전에 임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경기에 뛸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다. 상대적으로 일정이 여유로운 조별리그와 달리 긴장감이 더 큰 토너먼트에서는 그날그날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이 승부를 판가름 지을 수 있다. 신 감독은 8강 진출에 성공한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일정이 타이트하다 보니 상당히 피곤할 것”이라며 “그러나 8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편안하다. 경기 당일 컨디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2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한 올림픽 축구대표팀. 지난 2012런던올림픽의 동메달 획득을 넘어 새로운 ‘신화’를 창조해낼 수 있을지, 운명의 한 판이 14일 브라질 축구의 ‘성지’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주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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