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개각에서 환경부 장관에 내정된 조경규 2차장은 행정고시 29회로 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기획예산처에서 근무하고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사회예산심의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조실로 옮겨 사회조정실장·경제조정실장·2차장(차관급) 등을 역임했다.
조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기재부 출신 장관은 총 5명에 달한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등 4명이 이미 장관급이다. 각 부처 차관 역시 기재부 출신이 약진하고 있다. 이번에 국조실 2차장으로 승진한 노형욱 기재부 재정관리관(차관보)을 비롯해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4명이 기재부 출신이다. 기재부 1·2차관을 제외하고도 정부 부처 내 장·차관이 총 9명이나 포진하게 된다.
이는 현 정권의 경제 중심 국정운영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경제 컨트롤타워 격인 기재부 출신이 특정 영역에만 매몰되지 않고 전체 경제·산업을 조망하는 정책을 편다는 평가에 기반한 인사다. 또 기재부가 각 부처의 예산과 정책을 총괄함에 따라 정책조정 능력 등의 경쟁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기재부 독주 체제에 다른 부처의 원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기재부 인사가 주요 부처 장관직에 잇따라 임명되며 “우리가 기재부 2중대인가”라는 불만이 각 부처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이후 유일호 부총리로 넘어오며 관세청장·조달청장에 기재부 인사가 임명되는 관례가 깨진 바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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