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해외주식투자 전용 펀드의 인기가 출시 반년 만에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변동성 높은 주식형펀드보다 채권형펀드로 옮겨가면서 자금 유입도 5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23일 에프앤가이드와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 주식형펀드에서 총 2,624억원이 빠져나가면서 비과세 해외펀드의 가입 금액도 지난달 224억원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29일 비과세 해외펀드가 출시된 후 첫 한 달간 2,508억원이 몰린 데 이어 6월까지 매월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반년여 만에 신규 유입액이 5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투협은 일부 투자자들이 중국·베트남펀드 등 수익률이 높은 펀드를 환매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신규 자금 유입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3월부터 8월 사이 ‘KB중국본토A주’의 수익률은 13.96%,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의 수익률은 8.93%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과 겹쳐 비과세 해외펀드의 수요 자체가 사그라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 상품개발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리스크를 피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쏠리는 분위기”라며 “해외펀드 역시 주식형보다는 채권형·배당형펀드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비과세 혜택도 마다하고 안정적인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몰린다는 이야기다. 올 들어 해외 채권형펀드로는 1조64억원이 몰렸다.
이밖에 ‘신상품 출시 효과’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가입할 만한 투자자는 이미 다 가입한 것으로 본다”며 “내년 말께 ‘절판 마케팅’을 기대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말까지 비과세 해외펀드의 누적 가입 규모는 6,693억원이다. 내년 말까지 가입해야 10년 동안 총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 비과세 해외펀드를 출시해도 소규모 펀드 신세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들도 비과세 해외펀드 마케팅에 큰 관심이 없어 더더욱 투자자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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