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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저출산 해결은 국가적 공감대 형성부터

김상용 정치부 차장





셋째 아이 출산 후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직장인 엄마 A씨는 최근 대표이사 명의의 편지를 받았다. “엄마라는 이름을 얻고 신비롭고 경이로운 세계를 체험하고 계실 자랑스러운 여성 직원 여러분. (중략) 아기와 소중한 시간 만끽하시기를 바라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진심으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A씨는 모두 세 번의 출산휴가원을 제출하면서 항상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만 되면 꼭 여직원들이 출산휴가를 간다” “아이 양육 핑계 대면서 돈 받고 쉬면 좋겠다”는 다소 비아냥 섞인 말을 들을 때마다 출산의 기쁨은커녕 조직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이다. 그래서 대표이사 명의의 편지 한 통은 A씨에게 가슴 따듯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A씨의 사례는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대책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정부는 최근 저출산 보완 대책으로 난임 시술 지원 전면 확대와 고위험 산모 의료지원 강화, 남성 육아휴직 수당 인상 등을 내놓았다. 돈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부에게 정부가 돈을 들여서라도 출산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복지예산 124조원 중 저출산 대책 예산이 20조4,760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태어난 신생아 숫자(21만5,200명)를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43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올 한 해 태어난 아이 한 명당 4,760만원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정부는 결국 돈을 지원하면 출산율이 올라갈 것으로 판단해 추가적 자금 지원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회도 최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저출산·고령화 대책 특위를 만들어 입법 차원에서 저출산 문제점 해결 지원에 나섰다. 특위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역시 부모에게 돈을 주면 출산율은 자연스레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A씨의 사례만 놓고 보면 정부와 국회 모두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이 여성 근로자가 경제활동과 가사·육아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에 있음을 간과한 듯하다. 출산이 경력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저출산에 대한 국가적 공감대 형성과 출산에 대한 일터의 배려다. 이들은 고위험 산모에 대한 의료 지원 강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서의 배려에 갈증을 느끼고 남편의 육아휴직 수당 인상 대신 남편이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 사회적 배려에 더욱 목말라한다. “정책을 던져놓는 것으로만 저출산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국가가 기업과의 협업으로 여성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문화의 변화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 피터 맥도널드 국제인구연구연맹(IUSSP) 회장의 말을 되새겨볼 시점이다./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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