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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공간정보의 '갈라파고스'가 될 것인가

FORTUNE’S EXPERT | 안병익의 '스마트 라이프'

대한민국이 공간정보의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지도 국외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 사진은 디지털 맵을만 들고 있는 기술자들의 모습.




구글이 한국 지도 정보를 해외로 반출하는 사안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의 본질과 결과와는 별개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이러한 논쟁이 길어질수록 우리나라는 글로벌 공간정보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구글의 전자지도 제공 요청에 따른 찬반 여론으로 인해 온 나라가 뜨겁다. 구글은 지난 6월 1일 한국 지도 제공을 신청했으며 정부 부처로 구성된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는 8월 25일까지 지도 제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구글의 첨단 지도 서비스가 한국에서도 제공되어야 한다는 찬성파와 안보상황의 특수성, 그리고 구글의 세금 회피 전략임이 명백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도 반출을 불허해야 한다는 반대파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작동되는 앱의 70% 이상이 위치정보를 사용하고 있다. 위치정보 사용 시에는 반드시 그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전자지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외국에서 한국의 지도는 거의 암흑에 가깝다. 국내법에 따라 그동안 전자지도의 외국 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페이스북의 서울 지도는 허허벌판이었다. 그 이유는 페이스북이 지난 2012년까지 사용한 맵이 한국전쟁 때 미군이 만든 지도를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맵(Bing Map)’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구글 지도에 포함돼 있는 내비게이션(길찾기)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심지어 이 기능은 북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폐쇄국가인 북한보다도 외국인의 눈에는 더 깜깜하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도 정확한 지도 정보가 없어서 한국 출시가 요원한 상황이다.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구글 지도가 유독 한국에서만 ‘반쪽짜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글 지도를 보는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마치 암흑처럼 정보가 온전하지 않은 나라로 느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책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지도 서비스만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든 꼴이 되었다.

전자지도를 포함한 공간정보는 인터넷과 앱을 통한 지도나 내비게이션 등으로 활용된다. 공간정보는 유·무선 통신기술, 위치기반 서비스 등 모바일 서비스의 발전과 함께 핵심 서비스로 급부상했다. 앞으로 O2O,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의 서비스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구글은 8년째 국내 지도를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구글이 국내에서 데이터 서버를 운영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구글의 주장이 무리한 요구라고 말한다. 그러나 구글이 해외에서 지도 데이터 서버를 운용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구글은 빠른 검색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수만 개의 컴퓨터를 활용한 구글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 8개의 데이터센터가 지역별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8개의 데이터센터의 데이터는 모두 동일하게 유지된다. 하나의 데이터센터 내에서도 동일한 데이터를 20여개 정도 중복 저장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런 까닭에 구글 클러스터를 통하여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접속하더라도 사용자는 빠른 검색 속도와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구조의 특성상 한국 지도 서비스만을 위해 한국에 데이터 서버를 운영할 수 없는 핵심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구글 지도 상황은 어떠할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초기부터 구글 지도 서비스가 가능했다.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중국도 최근 들어 지도정보의 국외 이전을 허용하며 서비스를 허용했고, 러시아, 쿠바, 북한 같은 나라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구글 지도는 현재 200개 국가 및 지역에서 74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중국은 3차원 지도, 러시아는 실내지도를 서비스하고 있다. 심지어 60개 국가에서는 실시간 교통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구글과 정부와 입장 차이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는데, 바로 안보와 세금 문제다. 안보의 경우, 정부는 구글이 기존에 전 세계에 서비스하고 있는 위성 지도상에서 한국의 안보시설을 가려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국정원 같은 안보시설은 이미 구글뿐 아니라 러시아 등 전 세계 주요 위성영상 서비스에서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 지도에서만 가려진다고 해서 완벽하게 보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안을 위해 데이터를 수정 및 삭제하는 문제는 구글도 반영할 수 있는 내용으로 생각된다.

세금의 경우, 정부는 전자지도가 해외로 반출되면 이로 인해 발생되는 수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도 반출과 과세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우리 정부도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구글이 한국에서 번 수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청구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자지도를 제공하고 그로 인해 수익이 발생되면 과세를 해야 한다.

또한 일각의 의견인 “구글에게 지도를 제공하면 구글에게 더욱 종속되고 우리나라의 스타트업과 공간정보 산업 자체가 위태로울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주요 선진국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이미 구글에게 전자지도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로 인해 첨단산업이나 국가의 경쟁력이 저하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도 제공을 하지 않는 우리나라만 갈라파고스가 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나라의 공간정보 제공 및 활용 수준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아울러 구글에 전자지도를 제공하여 더 이상 대한민국이 전 세계 공간정보상에서 갈라파고스가 되는 상황이 지속되지 않게 되기를 희망한다.






안병익 씨온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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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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