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유통할 것 없이 모든 계열사가 달라붙어 중국 사업을 검토했죠.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업을 기획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최태원 SK 회장이 처음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 전략을 천명했던 지난 2006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최 회장은 SK가 단순히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아닌 또 하나의 중국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제2의 내수시장이 중국이라는 판단에서다. 2012년 중한석화 합작사업을 두고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와의 협상이 6년째를 넘기자 최 회장 본인이 직접 왕톈푸 총경리를 만나 협상을 타결 지은 것도 차이나 인사이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한 사례다.
올해는 최 회장이 차이나 인사이더를 외친 지 10주년이 된다. SK는 중국에서 에너지·화학·반도체뿐만 아니라 의류 같은 소비재사업에서도 영향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일순위에 두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 발맞춰 환경사업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SK가 그룹 차원에서 명운을 건 바이오·건강관리 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핵심 산업인 석유화학 분야에서 SK는 거의 현지 기업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시노펙과 합작해 우한에서 연간 에틸렌 250만톤을 생산하는 중한석화는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3배가 넘는 4,6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SK의 대표적 해외 성공사례가 됐다. SK는 이 밖에도 중국에서 14건에 이르는 석유화학 합작사업을 벌여 폴리머·아로마틱스·올레핀 계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에 연내 전기차용 배터리 셀 생산기지를 착공할 계획도 세운 상태다.
SK 계열사 가운데 지난 5년간 성장세가 두드러졌던 SK하이닉스도 중국에서 올해까지 10조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하며 현지 수출기업으로 자리잡았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고 2014년에는 충칭에 반도체 후공정 공장도 준공했다. 우시 D램 공장이 큰 화재를 내며 가동을 중단한 2013년에는 세계 D램 가격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SK네트웍스는 소비자와 밀착한 사업도 착착 전개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한국 토종 의류 브랜드인 오즈세컨을 들고 2009년 중국에 진출해 연평균 20%에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SK렌터카도 SK네트웍스가 중국에서 벌이는 사업이다. 이 밖에 SK E&S는 현지 합작을 통한 도시가스 사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으며 SK 중국 사업의 지주회사 격인 SK차이나는 수처리·대기정화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SK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산업은 한국과 중국에서 같은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중국 결제대행 사업자인 둬라바오와 합작해 오는 11월 온·오프라인 연계사업(O2O)을 본격 출범시킬 예정이다. SKC 자회사인 바이오랜드는 현지 천연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2018년 중국 하이먼에서 마스크팩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동한다는 목표다. SK바이오팜 역시 중추신경계통 신약 개발에 집중하면서 중국 진출 기회를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SK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항상 성공일로를 달린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은 중국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하려다 규제에 막혀 철수했다. SK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2013년 수감되며 이어진 장기간 경영 공백의 여파가 중국 사업에도 미쳤다”며 “최 회장이 지난해 사면 이후 활발히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독려하는 만큼 앞으로는 계열사들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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