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500여 남짓한 덕적도에 국내 최고 수준의 방과 후 수업이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해군 2함대사령부 예하 인천 덕적도기지 병사들이 덕적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역병사들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뤄지는 이 수업은 전국 어느 종합학원과도 견줄 수 있는 수준을 자랑한다.
국어와 영어·수학·한국사 등 입시에 꼭 필요한 과목들을 지도하는 병사들은 수능 1등급 출신. 미술과 배드민턴·바둑·기타 등 예체능의 강사 수준도 전국구급이다. 전국 대학 배드민턴 대회 우승 경력의 김우진 상병이 배드민턴을, 밴드 경력 7년 차인 서경환 상병은 기타를 가르친다. 아마추어 바둑 3급의 실력자인 김도혁 병장이 여는 바둑교실에도 아이들이 몰린다.
미대 재학 중에 입대한 지창현 병장은 중고생 6명을 대상으로 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덕적도에서 사설 미술학원에 다니려면 편도 2시간씩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야 한다.
덕적중·고등학교 학생 60여명 중 44명이 해군 선생님들의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섬지역이다 보니 수업을 듣기 위해 본의 아니게 ‘외박’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덕적군도 내 소야도에 사는 이주옥(17)·주호(15) 형제는 해군 방과 후 수업을 마치면 소야도행 배가 끊겨 집에 가지 못한다. 이주옥 학생은 “목요일마다 아버지가 근무하는 파출소나 친구 집에서 자야 하지만 해군 선생님들의 수능 수업을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해군 덕적도기지 병사들의 방과 후 수업은 지난 2005년 시작돼 올해로 12년째 계속되고 있다. 매년 전역하는 ‘방과 후 선생님’들이 생겼지만 새 선생님들이 충원되면서 ‘해군 방과 후 학교’는 이어지고 있다.
방과 후 선생님 16명 중 13명은 ‘서해수호자’다. 해군 장병들은 함정이나 도서지역에서 6개월 복무하면 육상기지로 옮겨 근무할 수 있는데 이를 마다하고 계속해서 함정이나 섬에서 복무하고자 하는 장병들을 해군 2함대는 서해수호자로 임명한다.
서해수호자인 송병진 상병은 “항상 긴장해야 하는 부대 업무와 목요일 수업 준비를 병행해야 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부대 임무와 봉사활동을 병행하는 데 대해 사명감과 함께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군 기상대에 근무하는 양상민 상병도 이 수업에 동참하고 있다.
윤일완 덕적초·중·고등학교 교장은 “덕적도기지 해군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 수업은 물론 고민을 나누는 상담자 역할까지 해내 학생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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