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턴어라운드하며 주목 받고 있다. 상반기 최악의 상황을 보였던 SK하이닉스의 실적은 가상현실(VR) 등 신시장의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며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의 공급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도 실적에 긍정적이다. 주가는 지난 5월18일 2만5,650원으로 바닥을 찍은 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주가가 바닥을 딛고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한 5월 말부터 매수세를 시작해 전일까지 3,150만주를 사들였다. 외국인 지분율도 7월28일 1년 만에 50%를 다시 넘어섰다. 20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4만원대 돌파를 시도했지만 차익매물에 주춤하며 0.13% 오른 3만9,250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주가 반등의 원동력은 반도체 ‘D램’ 수급환경이 개선이다. D램은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주요 수익원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는 SK하이닉스에 최악의 시기였다.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D램 생산이 늘어나면서 평균 판매가격이 10%가량 하락했고 PC 판매량 감소로 수요는 오히려 줄었다. 업황이 악화하면서 올해 2·4분기에는 전년에 비해 3분의1수준에 불과한 4,000억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며 상황은 180도 바뀌고 있다. 최근 D램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증가하고 PC 수요가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 하반기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VR 기기시장 성장이 긍정적이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VR 기기를 구동하기 위한 PC는 일반 PC보다 D램 탑재용량이 3배 이상”이라며 “각 전망 기관의 내년 VR PC 판매 추정치는 최소 270만대로 전체 PC D램 수요를 3% 이상 견인할 수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모바일에서도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7이 예상치를 웃도는 인기를 얻고 있어서 4·4분기 모바일 D램 등 부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 주요 D램 업체들이 비메모리반도체로 눈을 돌리면서 4·4분기에는 시장에 D램 반도체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SK하이닉스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적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며 주요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적정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3만9,0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올렸고 유안타증권은 4만2,000원이었던 주가가 5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실적 전망 눈높이도 높아졌다. 주요 증권사들은 6월까지 SK하이닉스의 3·4분기 영업이익을 5,165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5,823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상반기 부진으로 지난해 반토막 수준에 머물겠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1조원 클럽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 적극적 투자를 통해 D램 의존도를 줄이고 3D 낸드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측은 “3D 낸드는 올해까지 약 3만장 캐파(생산능력) 확보가 완료되면 추가적인 공간이 필요해 하반기에 낸드 공간 확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년 상반기 중 낸드 공간 확보가 완료되면 3D낸드 추가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내년 전체 투자에서도 낸드는 30~35%를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말에는 전체 낸드의 50% 이상을 3D 낸드로 생산할 계획이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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