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래에셋생명은 영국계 보험사인 PCA생명 매각 관련 본입찰에 참여해 매수 희망가를 적어냈다. 국내 자본으로는 유일하게 보험사 인수합병(M&A)에 나선 미래에셋생명이 PCA생명 매수가로 써낸 것은 1,500억원 안팎. 이는 PCA생명의 주인인 영국 푸르덴셜그룹 측에서 기대하는 3,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알리안츠생명이 35억원이라는 헐값에 팔린 데 이어 PCA생명도 시장 예상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에 거래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그만큼 국내 보험사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M&A시장에 보험사 매물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흥행이 좀처럼 되지 않으며 국내 보험산업의 매력도는 물론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 보험영업 방식이 금융환경 변화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립대리점(GA), 방카슈랑스 등 외부 채널에 대한 영업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영업까지 자리를 잡아가면서 전속 조직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 우선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충성도 높은 전속 설계사 조직에 영업 전반을 맡길 수 없는 시장환경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기화되는 초저금리 기조도 보험업계의 전망을 우울하게 한 요인이다.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상품이 발목을 잡은 상황에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처 발굴은 만만치 않은 형편이다.
여기에 막대한 자본확충을 필요로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보험업계의 목줄을 죄고 있으며 무인자동차와 드론 등 새로운 위험의 출현은 보험업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난제는 풀리지 않은 채 극복해야 할 과제만 쌓여가는 형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 심화와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 자본확충 부담 등 생손보 할 것 없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며 “또한 급속한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이 보험사에 부담이 되고 있고 자율주행차 등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술이 출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험사의 민감도가 높지 않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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