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사건 용의자 아마드 칸 라하미(28)의 테러리즘 관련성을 2년 전에 조사했다가 무혐의 종결했다고 라하미의 부친과 미 연방수사국(FBI) 발표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 1년 넘게 체류하다 2014년 미국으로 돌아온 라하미는 같은 해 8월 남자 형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라하미의 아버지 모하마드는 당시 경찰에 자신의 아들이 테러리즘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FBI는 모하마드의 진술에 따라 사건을 ‘합동테러대책팀’으로 이관했으나 모하마드가 “홧김에 한 진술”이라며 한발 물러서 라하미에 대한 대면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 모하마드는 최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년 전 아들이 수사 받을 당시 FBI가 ‘당신 아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했다”며 “이제 와서 아들은 테러리스트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 수사당국은 라하미의 아내와 어머니의 행적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사건 발생 전 모국인 파키스탄으로 출국했다. 당국은 파키스탄 당국과 협조해 이들이 라하미의 계획을 사전에 알았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폭발물 설치를 도와준 공범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테러와의 연관성을 밝혀줄 핵심 키다. 인터넷 정보만으로 사건에 사용된 폭발물을 혼자 제조했다고 믿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수사 정보만으로 테러조직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단정 짓기에는 무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하미의 일기장과 수첩에서는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창시자 오사마 빈라덴과 지하디스트(성전)를 찬양하는 문구도 발견됐다. 또 ‘쿠파르(불신자)를 죽인다’는 문구와 2013년 보스턴마라톤 테러 사건과 예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고위성직자 안와르 알아울라키를 찬양하는 글도 나왔다.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알아울라키는 2011년 9월 미군 무인기 공습으로 사망했다. 라하미가 테러조직과 연관돼 있다는 정황과 테러조직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외로운 늑대라는 정황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미 수사당국의 무능력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FBI가 라하미를 2년 전에 수사하고도 별다른 처벌 없이 사건을 종결해 결과적으로 사건을 키웠기 때문이다. 6월 올랜도 나이트클럽 테러와 보스턴마라톤 테러 당시 FBI는 용의자 관련 정보를 가졌음에도 사건을 막지 못해 비난을 받았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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