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장세 속에 소외 받고 있는 중형주들의 옥석 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중소형주의 상승을 주도했던 성장주들이 주춤하는 사이 저평가된 가치주와 펀드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치주펀드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주식 가격이 낮게 거래되는 종목에 투자한다.
23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한국투자중소밸류자(주식)A’ 펀드의 연초 후 지난 22일 기준 수익률은 4.12%로 국내 중소형주 펀드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반면 설정액 기준 3위권을 달리고 있는 ‘메리츠코리아스몰캡(주식)C-A’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18.47%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두 펀드의 성과는 투자 스타일이 갈랐다.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는 대다수 중소형주펀드가 바이오·헬스케어·화장품 등 성장주 중심으로 투자한 것과 달리 시장에서 소외된 저평가 가치주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최근 성장주 급락에 따른 중소형주 펀드 부진에서도 홀로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저평가 가치주만 골라 균등 투자한 결과가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주가가 상승한 정보기술(IT) 비중을 줄이고 철강·화학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종목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성장주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메리츠코리아스몰캡펀드의 수익률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7월1일 기준 이 펀드는 LG생활건강(2.03%), 한미약품(1.93%), 오스템임플란트(1.88%) 등을 보유하고 있다. 권오진 메리츠자산운용 전무는 8월 펀드 운용보고서를 통해 “높은 비중으로 보유한 화장품 업종이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 급락하며 손실폭을 키웠다”며 “다만 중국의 전방위적인 경제 보복 가능성이 낮아 앞으로 경쟁력을 지닌 업종과 기업을 중심으로 차별적인 주가 회복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권 전무는 이어 “올 상반기 말 기준 펀드에서 투자하고 있는 전체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8% 증가했다”며 “꾸준한 기업 실적 개선은 단기적인 부침을 딛고 결국 펀드 수익률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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