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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고 투자하는 방법

신간 한 권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기업에 대해 전혀 몰라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시중에는 투자 조언을 담은 책들이 넘쳐난다. 이런 책들은 다른 투자 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추천사로 서두를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 소개하는 특별한 책은 다소 다르다. 바로 월스트리트 저널 ‘월가에서 듣는다(Heard on the Street)’ 칼럼의 에디터 스펜서 제이캅 Spencer Jakab이 저술한 ‘앞 면이 나와도, 뒷면이 나와도 나의 승리(Heads I Win, Tails I Win)’라는 신간이다.

그는 독자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보단 부유해 질 수 있지만, 폴로니우스 (*역주: ‘햄릿’에 등장하는 왕의 시종)가 부자가 됐다고 말할 만큼은 아닐 것이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썼다. 그들이 더 이상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에 따르면, 모든 이는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 그런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제이캅은 집 냉장고조차 고칠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이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산다는 사실에 한탄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은 아주 형편없는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 탁월함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평범함으로 돌아오는 것이 그들에겐 훨씬 더 행복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염병처럼 시장에 퍼지는 투자법이나 고수익 채권 같은 투기성 자산, 그 밖에도 인간이 마술처럼 만들어내는 투자 상품을 멀리하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관리 수수료가 나가는 상품을 최우선으로 피하고, 대신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야곱은 대부분이 전문가인 투자자들이 최근 시장 지수를 밑도는 성과를 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S&P 다우존스 인디시즈 S&P Dow Jones Indices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무려 82%의 대형주 펀드와 88%의 중소형주 펀드를 적극적으로 관리 운영했지만 BM지수(Benchmark index) (*역주: 펀드의 운용성과를 비교하는 벤치마크 지수) 보다 수익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세가 인덱스 투자라면, 제이캅은 그에 대한 열렬한 ‘전도사’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론 S&P 500 지수처럼 인기 있는 인덱스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과대평가(overvaluation)와 위험 증가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제이캅은 특히 초보자를 위한 합리적인 조언들을 꽤 많이 제시하고 있다. 그는 초보자들은 많이 투자하기보단 적게 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장 하락기에는 자동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수익을 얻은 후헤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정리하는 ‘자산 재조정(Rebalancing)’ 전략을 취하라고 추천한다. 이 전략의 장점은 통념을 뒤엎는 투자 방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자산의 일정 부분은 반드시 주식에 배분해야 한다’는 불확실한 통념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과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이캅에겐 차라리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는 적극적인 자산관리에 대해 냉소적이다. ‘신문에 다트를 던져 투자 상품을 무작위로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연구 결과를 긍정적으로 언급할 정도다. 물론 그는 독자들에게 다트를 구매하라고 추천하진 않는다. 그러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점은 상장주식이 근본적인 기업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기업은 따로 정해진 ‘지표’를 갖고 있지 않으며, 세부적인 사업활동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다. 따라서 기업 평가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투자자 대다수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기 때문에, 시도하는 소수가 막대한 보상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 세계에 대한 그의 관점은 ‘우리 모두가 제로섬 게임의 참가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는 제로섬이 아니다. 도박이 바로 제로섬이다. 증권 시장은 도처에 있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자본조달 활동에 참여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저유가 쇼크에 빠진 엑슨 모빌에 투자하는 것처럼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제이캅의 글은 일화적이고 재치가 넘친다. 그의 조언은 해악보다 도움을 더 많이 준다. 하지만 그의 목표가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이라면 이 책은 기회를 낭비했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인정 받은 다른 투자서
증권분석 SECURITY ANALYSIS (1934년)
벤저민 그레이엄, 데이비드 도드 공저
주식투자의 기초로 기업분석을 설파한 ‘가치 투자’의 바이블. 워런 버핏 투자철학의 시금석이 된 책이다.

안전 마진 MARGIN OF SAFETY: 신중한 투자자를 위한 위험회피 가치투자전략(1991년)
세스 클라먼 저
사모펀드 투자로 수십 억 달러를 번 저자는 이 책에서 가치 있는 주식을 할인된 가격에 매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워런 버핏 에세이 THE ESSAYS OF WARREN BUFFETT: 미국 재계를 위한 교훈(1995년)
로런스 커닝햄 편집
워런 버핏이 친근한 구어체로 전달하기 때문에 기업 간부들을 위한 스마트한 투자 원칙과 조언들도 이해하기가 더 쉽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Roger Lowe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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