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메디안 등 치약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됐던 유해 화학성분이 포함됐으나 인지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 아모레 측은 대고객 사과와 함께 제품을 전면 회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소비자들은 다시금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27일 아모레퍼시픽은 전날 식품의약안전처가 회수 방침을 결정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 메칠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이 검출된 치약 11종에 대해 환불 및 교환 조치한다고 밝혔다. 현재 홈플러스가 관련 제품 2만여개를 회수한 상태고, 이마트도 전량 회수에 나섰다. 아울러 고객들에게는 영수증 지참 여부와 상관없이 제품을 교환해주고 있다.
CMIT/MIT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치약에 사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금지돼 있다. 이번에 회수 결정이 내려진 11개 제품은 미원상사라는 원료 유통업체를 통해 원료를 공급받은 것으로 CMIT/MIT가 0.0022~0.0044ppm 함유돼 있다. 회수 대상 제품은 메디안후레쉬포레스트치약, 메디안후레쉬마린치약, 메디안바이탈에너지치약, 본초연구잇몸치약, 송염본소금잇몸시린이치약, 그린티스트치약, 메디안바이탈액션치약, 메디안바이탈클린치약, 송염청아단치약플러스, 뉴송염오복잇몸치약, 메디안잇몸치약 등이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아모레퍼시픽 외에도 애경산업과 코리아나화장품 등 국내 주요기업 30곳이 미원상사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았다고 밝혔지만, 해당 제품 대부분이 세안제나 보디워시 등 CMIT/MIT 성분을 기준치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워시오프’(물로 씻어내는 방식) 제품이어서 치약보다는 파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아모레퍼시픽이 CMIT/MIT가 치약에 포함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포레퍼시픽은 당초 미원상사에 CMIT/MIT가 제외된 원료 처방을 주문했지만 미원상사가 공급한 원료 자체에 CMIT/MIT가 포함된 원료가 전달되면서 치약에서 CMIT/MIT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비록 1차적인 책임은 원료 공급사에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로 전 국민이 고통을 겪었는데도 해당 성분을 철저하게 걸러내지 못한 판매사의 관리 부실 또한 개선점으로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모레퍼시픽 치약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한다. 이미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불거진 지 오래됐는데다 관련 성분에 대한 공포가 만연한 만큼 기업 자체적으로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은 치약까지도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걱정했다.
한편 페리오·죽염 등을 보유한 치약시장 1위 업체인 LG생활건강은 치약 전 제품에 CMIT/MIT를 사용하지 않으며 문제가 된 미원상사로부터 어떤 원료도 공급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080 치약을 판매하는 애경 역시 치약 제품에 CMIT/MIT가 들어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윤선·신희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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