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국정감사 전면 거부와 단식에 나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국감 참여를 당부했지만 의원총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진석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이 대표 단식에 릴레이 동참을 결정하면서 오히려 투쟁수위를 더 끌어올리는 결과가 됐다. 이 때문에 집권 여당과 정 의장 간 갈등은 당분간 악화 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정세균 의장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당원 규탄 결의대회’에서 국감 참여를 당부했다. ‘국감 보이콧’에 대한 역풍이 생각보다 거세다는 판단이 작용해서다.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전날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겠다”며 국방위 회의를 주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당내 반발도 커지는 상황이었다.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감 파행이 지속되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나온 것도 이 대표의 복귀 당부를 서두르게 했다는 후문이다. 나경원 의원은 ‘전략적 대응’을 강조하며 국감 복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이정현 대표의 ‘의장 사퇴 투쟁’은 계속하더라도 다른 의원들은 국감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의회주의를 지키자면서 국감을 거부하는 것은 회사를 살리자면서 파업하는 것과 같은 모순”이라며 “정세균의 의회주의 파괴에 계속 싸워야겠지만 그 수단으로 의회주의를 내팽개치는 국감 거부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열린 긴급 의총에서 이 대표의 국감 복귀 당부를 놓고 격론끝에 결국 ‘반려’됐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이 대표의 눈물겨운 충정은 이해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대표의 요청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오를 더 공고히 다지는 의미에서 이 대표의 단식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70여명이 표결에 참석한 결과 압도적으로 국감 거부를 이어가자는 대답이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당 대표를 단식하게 내버려두고 국감에 복귀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정 의장의 책임을 물을 것이고 내일(29일) 국감장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못 박았다. 이 대표는 자신의 단식으로 국감 복귀가 늦어지고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국감 복귀를 당부한 것인데, 소속 의원들이 오히려 정 의장 사퇴를 놓고 단식까지 벌이는 이 대표를 외면할 수 없다며 투쟁전선에 가세하게 된 것이다.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 대표의 복귀 당부 선언에 대해 사전에 전혀 언질이 없었다는 점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발과 혼란도 없지 않았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국감 복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감에 복귀는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가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이라며 “오늘 투쟁을 해 놓고 (계속 싸우겠다는) 신문광고도 내일 다 나오는데 오늘 복귀하자는 것은 수순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당론으로 국감 복귀 거부를 정하면서 정 의장 사퇴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 소속 의원과 당원 등 3,000여명이 모여 ‘정세균 의장 사퇴 관철을 위한 당원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정 의장 사퇴를 촉구했다. 또 29일에는 정 의장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와 허위 공문서 작성·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현직 국회의장이 형사고발을 당하기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국회를 공전시킨 정 의장이 사과를 표명하고 재발방지 약속만 하면 되는 일인데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버티니까 결국 형사고발까지 가게 된 것”이라며 “정 의장의 사회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정 의장이 사회를 보는 어떤 회의에도 새누리당은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갈 때까지 가보자는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어영부영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정세균 의장이 물러나면 된다”고 의지를 보였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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