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속 전자의 움직임까지 1,000조분의1초 단위로 포착할 수 있는 최첨단 거대현미경이 세계 세번째로 우리나라에 들어섰다. 태양 빛의 약 100경배에 달하는 세기의 빔을 쏴 물리현상을 관찰하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식을 열었다. 신형 가속기는 파장이 0.1㎚의 초정밀 X선을 이용해 광속에 가까운 속도까지 전자를 가속시켜 원자와 같은 나노미터(10억분의1m) 크기의 극미세 물질구조까지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준공식 축사에서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광합성과 화학반응을 비롯해 그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우주와 생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자 미래 신산업 선점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라며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심장이 돼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국내 가속기에는 모두 4,298억원의 나랏돈(국고 4,038억원, 지방비 260억원)이 투입됐다. 적지 않은 돈이 들었지만 사업추진 과정에서 70% 이상의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 성과를 냈다고 청와대와 미래부는 전했다. 이를 통해 5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전 세계 가속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4세대 가속기는 1 ㎚ 크기의 물리현상도 관측할 수 있어 원자 내부구조와 운동현상 등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만큼 나노 산업의 한류혁명을 이룰 핵심 기반시설로 꼽힌다. 무엇보다 생명현상 관찰시 냉동이 아닌 살아 있는 시료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세포 속 단백질 등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신약 개발에 이용할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동적 물리현상 관찰에 적합하다는 장점도 갖춰 신물질,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보다 앞서 4세대 가속기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2009년), 일본(2011년)뿐이다. 독일·스위스도 해당 설비 완공 및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
한 편 박 대통령은 이날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주요 성과를 점검하고 창업현장의 의견을 청취했다. /민병권·맹준호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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