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한미약품은 지난 29일 오후4시33분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성사를 밝힌 지 불과 17시간 만인 30일 오전9시29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신약기술 수출의 특성상 중도 계약해지가 특별한 이슈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지만 향후 제약사 기술수출 계약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국내 바이오 산업 전반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신약 개발을 통한 ‘정공법’으로 극복할 경우 또 다른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2015년 초부터 전날까지 한미약품이 밝힌 기술수출 계약 누적 규모는 9조원에 달한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매출액 1조3,175억원의 7배 정도에 이른다. 문제는 이 같은 기술수출 규모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을 포기한 내성 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경우 지난해 7월 당시 총계약 규모만도 7억3,000만달러에 달했지만 한미약품이 최종적으로 손에 쥔 금액은 계약금 및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해 6,500만달러에 불과하다. 한미약품이 7억3,000만달러를 다 받으려면 각 임상을 거쳐 실제 상용화돼야 하지만 중도에 포기한 탓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까지 올무티닙과 관련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이에 대해 “올무티닙의 모든 임상 데이터에 대한 재평가, 폐암 혁신치료제의 최근 동향, 폐암 치료제에 대한 자사 비전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 식약처는 올무티닙 부작용으로 국내 사망자가 2명 발생하자 안전성 주의보를 내리는 등 올무티닙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무티닙은 국내 27번째 신약으로 5월 임상 2상 후 신속허가를 받았다.
이번 계약 해지로 한미약품이 지난해 공개한 기술수출 계약 성과도 보다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미국 스펙트럼에 다중 표적 항암신약을 수출한 후 일라이릴리에 6억9,000만달러, 사노피에 39억유로, 얀센에 9억1,500만달러 등의 기술수출을 달성했다. 기술수출 계약 규모만도 한화로 8조원가량이다. 하지만 이들 신약 후보군도 실제 상용화되지 않으면 계약금과 임상에 따른 마일스톤 정도만 받는 데 그치게 된다. 스펙트럼에 수출한 신약과 일라이릴리에 수출한 자가면역질환치료제는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나머지 약들은 임상 1상 또는 2상이 예정돼 있어 상용화까지는 수년이 더 걸린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이 지난해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확실히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0분의1도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기술수출 계약금으로 공개한 금액은 일라이릴리(5,000만달러), 베링거인겔하임(5,000만달러), 사노피(4억유로), 얀센(1억500만달러) 등으로 7,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현재 23개로 지속 성장호르몬 ‘HM10560A’ 등 기술수출 후보군이 여전히 탄탄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임성기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2000년 이후 1조원가량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효과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계약 취소 사태로 한미약품의 성장동력이 꺾였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 의견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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