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미국 고용지표의 '깜짝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오는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긴축 속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용·인플레이션 등 미 경제 회복세에 가속이 붙을 경우 금리 인상 속도를 놓고 연준 내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올 9월처럼 시장 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준 비둘기파마저 연내 인상 전망= 6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는 12월 연준 금리 인상의 걸림돌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고용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경제 지표다.
일단 12월 신규 취업자 수는 27만1,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18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블록버스터(초대형 히트작)' 수준이라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특히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5% 오르며 2009년 5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아진 5.0%로, 2008년 4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미 경제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지 않는다면 연내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용동향 발표 직후 바클레이스·RBS·BNP파리바·소시에테제네럴·TD뱅크·노무라가 금리 인상 시점을 기존의 내년 3월 전망에서 다음달로 앞당겼고 도이치뱅크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16개 주요 월가 투자은행(IB) 가운데 내년 인상 전망은 미즈노 한 곳만 남았다.
야누스 캐피털의 빌 그로스 펀드매니저는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100%"라고 주장했다. 시장도 연내 금리 인상에 베팅하고 있다. 이날 연방금리(FF) 선물시장은 12월 인상 확률을 70% 정도로 예상하고 움직였다. 불과 하루 전에는 56%였다.
특히 연준 내 비둘기파들마저 12월 금리 인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측근인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7일 "조만간 완전 고용에 도달하고 인플레이션도 점진적으로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며 "물가 상승이 확연히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고 더 이른 금리 인상 시작이 앞으로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긴축 속도 둘러싸고 혼란 가능성도=다음 관심사는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다. 물론 시장은 중국 등 글로벌 경제 둔화의 여파로 제조업·소비·수출 등의 미국의 경제 지표가 부진한 데다 달러 강세 우려에 연준이 긴축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옐런 의장도 최근 "첫 금리 인상 후 경로는 더 점진적이고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도 지난 여름 "(금리 인상) 발사(lift-off)는 잘못된 용어로 연준은 기어가기(crawling)를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10월 고용지표에서 보듯 미 경제가 예상외로 호조를 보일 경우 통화 긴축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10월 고용 지표로 내년 금리 인상 속도에 의문이 커졌다"며 "이미 완전 고용에 근접했고 임금 상승도 시작되고 있어 긴축 속도가 점진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 내에서도 두 번째 인상 시기를 놓고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비둘기파'인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은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면서도 "경로가 점진적이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 시장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점진적'이 어느 정도 속도인지에 대해 연준 내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는 게 '매파'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의 반박이다. 앞으로 실업률이 4%대로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 연준의 선제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첫 금리 인상 후 통화 긴축 속도를 두고 연준 내에서 매우 뜨거운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점진적인 인상이라는 약속을 수행할 방법을 놓고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긴축 속도에 대한 연준 내 이견은 투자가 혼란과 시장 금리 상승을 초래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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