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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컨설팅 만능주의 유감

성행경 산업부 차장

성행경 차장




정부가 컨설팅 업체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말 발표한 철강·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개선 방안은 기존 내용을 재탕·삼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철강업의 경우 친환경 및 정보기술(IT)화를 통한 설비 경쟁력 강화, 경쟁우위 품목의 인수합병(M&A), 투자 확대를 통한 고부가가치화 유도, 경쟁열위·공급과잉 품목에 대한 사업재편 지원 등이 핵심전략으로 꼽혔다. 석유화학 산업은 현행 납사분해설비(NCC)의 글로벌 경쟁력 유지와 설비운용(O&M) 서비스 사업화, 핵심기술 확보를 통한 첨단정밀화학 산업 육성 등이 과제로 지목됐다. 이미 국내 철강·석유화학 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내용이어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철강·석유화학과 함께 대표적 공급과잉 업종으로 꼽히는 조선 업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철강·석유화학에 대한 컨설팅과 마찬가지로 알맹이 없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3사 체제를 유지하되 경쟁열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타사와 합친다는 내용을 담은 중간 보고서는 업체들의 반발을 샀다. 정부의 기존 구조조정안을 되풀이하는 수준의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쯤 되면 수십억 원을 들여 컨설팅을 왜 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맥킨지가 가지고 있는 최종 결론 부분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획기적인 것은 아니고 아주 보편적이기 때문에 일반적 평가에 그치는 것 같다”고 밝힌 것도 ‘컨설팅 무용론’을 자인하는 꼴이다.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한 베인앤컴퍼니나 보스턴컨설팅그룹, 조선산업 컨설팅을 맡은 맥킨지의 정보력과 분석력을 폄훼하자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는 안목을 갖춘 이들도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도출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활로를 모색하는 작업을 글로벌 컨설팅 업체의 손을 빌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번 컨설팅은 관련 산업의 협회들이 의뢰한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정부가 발주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도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뻔한 결론을 얻어낼 바에야 차라리 관료들과 해당 업종 종사자들이 몇날 며칠동안 난상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장기화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하면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토대로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실행되지 못한다면 한국 주력산업의 미래는 없다. 정부 관료들이 국내 산업의 백년 대계를 다시 설계한다는 자세로 보다 과감하고 책임있는 정책 집행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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