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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불붙인 삼성 지주사 전환]사실상 삼성 백기사로 나선 엘리엇...경영권 승계 편승해 이익 챙기기

■엘리엇의 속내는

외인주주 동의 필요한 지배구조 개편 '바람잡이'

30조 배당은 유보금의 절반 "무리한 요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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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그룹을 향한 공격이 제2막을 올렸다. 기업의 약점을 적극 공략하는 헤지펀드로서 공격 시점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사고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 흔들리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대규모 주주친화정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공격의 양상이 지난해 삼성물산 사태와는 너무도 달라 삼성은 엘리엇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는 엘리엇 스스로도 지난해 삼성물산과 같은 공세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 것이고 고배당과 지배구조 변화 속도를 빠르게 해 이후 올라가는 주가상승의 덕을 보려는 ‘소극적 공격’에 포인트를 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지닌다.

투자 전문가들의 관측을 빌리면 엘리엇은 적어도 올 상반기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면서 공세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엘리엇 계열 포터캐피털은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주주명부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같은 엘리엇 계열인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가 사들인 삼성전자 지분은 0.62%(보통주 76만218주) 수준이다.

블레이크·포터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은 삼성물산을 쥐고 흔들던 지난해 엘리엇에 비교하면 매우 적다. 엘리엇은 지난해 6월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3대 주주로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저지를 시도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은 오는 27일 열리는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 안건을 상정시킬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삼성전자처럼 자본금 1,000억원이 넘는 상장사 주총에 안건을 제안하려면 최소 0.5%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안건도 주총 6주 전에 이사회에 통보해야 한다.

엘리엇의 표면적인 입장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막는 게 아니라 촉진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도 1년 전과는 다르다.

블레이크·포터는 지난 5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를 상장 지주회사와 상장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삼성물산과 합병, 삼성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성장에 대한 창업주 가족과 경영진의 공헌에 대해 찬사를 표한다”면서 “우리의 제안이 창업주 가족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엘리엇이 삼성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을 두고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권 승계의 마침표라 할 지주사 전환을 부채질하는 바람잡이에 나섰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에는 지분율 50%가 넘는 외국인 주주의 찬성이 핵심”이라며 “외국인 주주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찬성·반대 입장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엘리엇이 대신 찬성 여론을 조성해주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삼성전자의 분할과 함께 수십조원에 달하는 특별 현금배당을 요구한 것도 경영권 승계 과정에 편승해 이득을 보려는 의도라는 설명이 많다. 블레이크·포터는 삼성전자 이사회에 인적분할과 함께 주당 24만5,000원, 총 30조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분할 후 특수배당을 지급하면 전체의 약 30%는 삼성전자 지주사와 삼성물산의 합병법인, 오너 일가, 계열사(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삼성공익재단의 몫이다. 이는 삼성전자 지주사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하는 재원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한 블레이크·포터 역시 1,862억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처럼 엘리엇의 이번 요구는 삼성이 그간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해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옛 삼성물산과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을 합쳐 사실상의 지주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을 출범시켰다. 이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삼성물산과 합병, 지주사로 바꾸는 작업이 삼성 구조개편의 마지막 단추가 될 것으로 재계는 관측해왔다.

다만 산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아직 삼성이 엘리엇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등은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어 특별 주총을 거쳐야 한다. 또 현행 국내법은 일반 지주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금지하고 있어 삼성생명 등을 거느린 지주사 출범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30조원에 해당하는 현금을 배당하라는 요구도 무리한 것으로 업계는 본다. 삼성전자 사내 유보금 77조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자금을 배당으로 달라는 요구는 삼성의 투자 여력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전자 분할 등은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30조 현금배당 등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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