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4시. 생방송을 약속한 시간이 되자 스마트폰 생방송 앱 ‘워스따메이런’ 화면상에 중국의 파워블로거를 뜻하는 ‘왕홍’, 찌아쥔이 등장했다. 그가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마스크 팩 등 한국 화장품. 생방송 화면 상단에는 해당 제품을 바로 살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채팅으로 올리면 그가 바로 답을 준다. 일종의 1인 온라인 홈쇼핑인 셈이다.
같은 시각, 또 다른 생방송 앱 ‘잉커’ 화면에는 소피아라는 이름의 왕홍이 나타났다. 그는 한 손으로 직접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한국 브랜드 라빠레뜨의 가방과 화장품을 소개했다. 그의 생방송은 실시간 시청자 수가 한때 29만3,000명을 기록하며 잉커 생방송 순위 상단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잉커에는 제품 판매 기능은 없지만 상관없다. 잉커로 제품 소개를 하고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과 위챗페이를 통해 판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연예인과 맞먹는 인기와 영향력으로 중국의 패션·뷰티업계의 트렌드 리더로 자리잡은 왕홍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중국 진출 초기 국내 업체들이 직접 중국의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홍보글을 올리던 1세대 마케팅에서 출발해 최근까지 왕홍을 한국으로 초청해 여행과 함께 제품이나 매장을 소개하는 2세대 마케팅이 주류였다면 이제 왕홍을 통해 생방송으로 직접 물건을 파는 3세대 마케팅이 업계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중국 마케팅 활성화 방안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왕홍들의 최근 활약상과 활용방안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한국패션협회 후원으로 상하이 씨앤와이 시장마케팅전략유한공사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블랙야크, 이랜드 등 패션업체는 물론 아모레퍼시픽, 롯데닷컴, 서울우유 등 83개사 124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왕홍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한국 기업의 중국 마케팅을 돕고 있는 최보영 상하이 씨앤와이 대표는 “대형 쇼핑몰 플랫폼에 집중돼 있던 수요가 개인 네트워크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며 “왕홍과 같은 개인이 물건을 판매하는 플랫폼인 ‘웨이상’ 거래량이 2014년 25조5,000억원에서 올해 4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사드로 인해 한중 양국의 경제 교류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왕홍과 같은 민간 마케팅 루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왕홍들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후 방한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7일에는 ‘왕홍의 서울 핫플레이스 나들이’를 중국 현지에 생방송하고 8일에는 ‘서울 2016 콘서트 생방송’을 진행하며 수 십만 명의 중국인에게 서울을 알렸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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