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보통 학생과 함께 논문을 씁니다. 학생이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거기에 자기 생각을 보태죠. 미국 경제학자 사이에서 ‘다작(多作)’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벵트 홀름스트룀 교수는 학생과 같이 쓴 논문이 스페인 학생과 함께한 단 1편밖에 없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홀름스트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예일대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1987~1990년, 그를 지도교수로 뒀던 전성훈(사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홀름스트룀 교수의 공정한 성품을 표현하기 위해 이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홀름스트룀 교수가 당시에는 일반적이던 다작을 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 전 교수는 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학생과 함께하면 논문이 잘되면 공은 자기에게 돌아오고 논문이 신통치 않으면 과는 학생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학생이랑 논문을 같이 안 쓴다.” 전 교수는 “그는 상당히 공평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홀름스트룀 교수가 집중한 주제도 궁극적으로는 그의 성품과 궤를 같이한다. 전 교수는 “홀름스트룀 교수가 집중한 주제는 바로 인센티브, 조직 내에서의 유인 문제였다”며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을 때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 그것을 해결하는 계약, 그 계약의 특성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럴해저드는 정보 비대칭성에서 생기는 대표적인 유인 문제인데 바로 이 모럴해저드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업적을 세웠다”고 전했다.
홀름스트룀 교수는 후배 교수에게도 평이 좋았다. 전 교수는 “세미나 같은 곳에 가서도 후배들의 발표를 듣고 난 뒤 지엽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라 통찰력 있는 건설적인 코멘트를 많이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노키아가 세계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시절 이사회에 ‘시크릿 코드’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전 교수는 “그가 노키아에 던졌던 ‘너희의 진정한 시크릿 코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어떻게 보면 참으로 평이한 것인데 지금까지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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