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부총리는 8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했고 내년 본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10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계획도 발표했다”며 “재정정책을 쓸 만큼 다 썼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는 얼마만큼 확장적이냐는 것인데 더 화끈하게 하기에는 재정적자 걱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도 10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재정건전성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건전성은 한 번 허물어지면 걷잡을 수 없다”며 추가 재정확장 주문에 난색을 표했다. 과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불과 7년 만에 40%에서 90%로 수직 상승한 사실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에 따른 복지부담, 통일비용 등 한국만의 특수성을 고려해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을 완충해야 하는데 통화정책은 가계부채 등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중장기 재정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일단 재정이 나서야 할 때를 놓쳐 경기가 안 좋아지면 재정건전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다 경기가 급랭하고 세수가 감소해 오히려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IMF 등의 시각도 비슷하다. 이 총재는 최근 연이어 정부의 재정역할론을 강조하고 있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역시 최근 한국·독일·캐나다 등을 지목하며 “몇몇 국가들은 재정 여력이 있고 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달 총 400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상 첫 400조원을 돌파해 규모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증가율은 낮았다. 올해 본예산(386조4,000억원)보다 3.7% 늘어나는 데 그쳐 경제가 팽창하는 속도(내년 경상성장률 정부 전망치 4.1%)에도 못 미쳤다. 올해 실제로 푼 돈(본예산에 추경 포함)인 398조5,000억원에 비해서는 0.6% 증가에 머물렀다. 반면 GDP 대비 국가부채는 내년 40.4%로 예상돼 세계에서 가장 양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15.2%, 미국은 110.6%, 일본은 229.2%에 달한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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