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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현대인을 위한 '슬리포노믹스'가 뜬다

소득 향상·웰빙 욕구 따라 수면의 질 높이는 '수면산업' 급성장<br>편안한 잠자리 위한 용품·서비스·식음료·공간 등 시장도 다양

잠은 보약이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이 보약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다. 피곤한 일상에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쓰러지듯 눕는다고 해서 이것이 ‘숙면’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최근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가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편안한 잠자리와 숙면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수면 용품와 서비스가 기반이 된 하나의 시장이 탄생했다. 포춘코리아가 2016년 대한민국 슬리포노믹스 세계를 들여다봤다.








기자는 평소 밤 11시30분쯤 잠자리에 든다. 기상시간은 대개 오전 7시~7시30분 사이다. 이를 계산하면 기자의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7시간 30분에서 8시간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 48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민의 평균 수면시간이 8시간 22분임을 감안하면 적당한 수준의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은 천근만근이다. 사실 침대에 눕는 시점을 기준으로 수면시간을 계산하는 건 무리가 있다. 잠들지 못해 뒤척이다 스마트폰을 켜보면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기도 하다. 이 같은 경험은 비단 기자에게만 해당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몸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수면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지쳐간다.






수면 아닌 숙면을 원하는 현대인
수면의 사전적 정의는 ‘잠을 자는 일’이다. 반면 숙면은 ‘잠이 깊이 듦’을 의미한다. 그래서 최근 현대인들은 수면(睡眠)보다 숙면(熟眠)을 원하고 있다. 쉽게 말해 그냥 자는 게 아니라 잘 자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숙면의 조건은 무엇일까? 수면의학클리닉 윤지호클리닉을 운영하는 윤지호 원장은 말한다. “숙면은 크게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우선 사람마다 적정 수면시간이 다릅니다. 5시간만 자도 몸이 개운한 사람이 있는 반면, 8시간을 자도 개운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죠. 문제는 수면의 질입니다. 의학적으로 코골이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면무호흡증 등의 수면질환은 숙면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히죠. 물론 이 같은 증상은 수술이나 약물 치료를 통해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윤 원장의 말처럼 수술과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비용이다. 수술 전 필수적으로 행해야 하는 수면다원검사(수면 중인 피검자의 신체변화를 측정해 수면질환의 여부와 형태, 정도 등을 알아보는 검사)에 드는 비용은 70만~80만 원 수준. 결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그런 까닭에 잠 못 이루는 밤에 시름하는 현대인들은 생활 속에서 숙면의 해답을 찾길 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탄생한 시장이 바로 ‘슬리포노믹스’다.

내 몸에 꼭 맞는 맞춤형 침대, 심신 안정을 위한 식음료, 최적의 수면을 위한 안대와 베개 등 수면 관련 용품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또 낮잠 카페, 식음료를 곁들인 마사지 카페 등 신종 서비스까지 탄생하며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수면산업의 성장세는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 환자 증가의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5년 기준 45만6,000여명으로 최근 5년간 41% 증가했다. 수면장애 관련 총 진료비 역시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2년 359억6,630만 원이었던 수면장애 진료비는 2013년에는 403억5,663만원, 2014년에는 463억4,590만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면 관련 용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수면시장 역시 확대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수면시장이 20조 원, 일본이 6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수면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향후 이 시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수면산업이 활성화된 선진국의 사례를 토대로 수면산업이 발전하는 이유를 크게 ▲소득 향상 ▲고령화 사회 ▲사회적 분위기로 설명한다.

우선 수면업계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국민소득 2만 5,000달러(한화 약 2,700만 원)이 넘어가면 수면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한다고 말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건강한 삶, 건강한 잠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16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5,990달러다. 이는 업계에서 설명하는 수면시장 성장의 기준소득인 2만 5,000달러보다 높은 수치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것 역시 수면산업의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집계된 수면장애 환자 45만여 명 중 약 66%가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이었다. 윤 원장은 “나이가 들수록 깊은 잠을 자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면분절(수면 중 자주 깨는 현상)이나 수면무호흡증의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며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합병증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회적 분위기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면 숙면은커녕 잠들기조차 어렵다. 실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층,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 경기 불황으로 얇아진 지갑에 신음하는 직장인들은 잠재적 수면장애 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염호기 대한수면학회 회장은 말한다. “수면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모든 요인을 아우르는 한 가지는 바로 ‘스트레스’죠. 질병은 다양한 의학기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는 사실상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수면장애와 이에 따르는 각종 질환은 어떤 질병 못지않게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수면장애는 이제 단순한 질병을 넘어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수면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슬리포노믹스 시장의 현황은 어떠할까?




숙면을 돕는 침구제품인 에이스침대의 스마트슬리브(왼쪽)와 나사의 기술이 탑재된 템퍼의 매트리스.


오감으로 느끼는 숙면
지난 9월 초 리빙·라이프 매장이 빼곡히 들어찬 서울 시내 한 복합쇼핑몰을 찾았다.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바로 침구 제품 브랜드인 ‘템퍼(Tempur)’ 매장이었다. 템퍼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담긴 매트리스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편안한 숙면을 제공한다는 입소문을 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날도 템퍼 매장에는 혼수를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와 노후된 침대를 바꾸기 위해 찾은 주부 등 5명의 고객이 직접 매트리스에 누워보며 성능을 체험하고 있었다. 주부 이미경씨(48)는 “평소 잠을 잘 못 자 아침마다 퀭한 눈으로 출근하는 남편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며 “숙면에 효과가 있는 제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매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신현아씨(31)는 직접 템퍼 제품을 체험한 후 구매를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템퍼 매트리스가 설치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후 제품에 반해 구입을 결정했다”며 “영화를 보며 잠을 잔 적은 당시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가격은 꽤 비싼 편이다. 템퍼 매트리스의 가격은 기본 100만 원에서 출발한다. 사이즈와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400만 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오로지 ‘매트리스’가격이라는 점이다. 침대로 사용하기 위한 일종의 프레임은 따로 구매해야 한다. 그럼에도 템퍼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침구류 업체들도 앞다퉈 첨단 기술과 신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매트리스 보호커버 ‘스마트 슬리브’, 시몬스의 프리미엄 제품 ‘뷰티레스트 블랙’은 최적의 수면 온도를 제공하는 제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샘이 선보인 메모리폼 매트리스 ‘컴포트M(Comfort. M)’은 통기성 높은 오픈셀(Open Cell) 구조로 이뤄져 있어 피부와 호흡기에 좋은 수면 환경을 제공한다.




1. CJ제일제당의 숙면 보조 식품 ‘슬리피즈’. 2. 오설록이 선보인 숙면 보조 음료 ‘티어클락 10PM’. 3. 수면 상태와 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슬립셋’.


숙면을 유도하는 식음료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출시한 숙면 보조 식품 ‘슬리피즈’는 분말 형태의 무지방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백야 현상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북유럽 사람들이 숙면을 위해 밤에 짠 우유인 ‘나이트 밀크’를 마신다는 점에 착안해 약 2년여의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초 슬리피즈를 출시했다. 박상면 CJ제일제당 건강식품팀 부장은 “불면증을 호소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면제나 수면유도제 복용에는 부정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우유로 만든 건강식품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의 녹차 브랜드인 오설록이 선보인 ‘티어클락 10PM’ 역시 캐모마일 등 숙면을 도와주는 허브들을 블렌딩해 자기 전에 마시면 좋은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숙면 유도 서비스도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다. 수면 상태를 체크해주는 스마트밴드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수면 중 뒤척임을 분석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미국 벤처기업 조본의 업(UP)밴드, 중국 샤오미의 미밴드 등 스마트밴드는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을 체크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알려준다. 국내 토종 벤처기업인 티켓투라이드가 최근 출시한 수면 건강 애플리케이션 ‘슬립셋(Sleep Set)’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중력 센서와 가속도 센서를 활용해 수면패턴을 분석해준다. 이를 통해 수면 상태와 질에 관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특히 슬립셋은 자체 분석한 수면 패턴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알맞은 최적의 수면사운드를 추천·제공한다.




수면상태의 측정·분석을 통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삼성전자의 ‘슬립센스’.


국내 대형 IT기업도 슬리포노믹스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측정·분석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센서제품 ‘슬립센스’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침대 매트리스 밑에 슬립센스를 넣어두면, 잠을 자는 사용자의 맥박과 호흡을 분석하고 실내 온도 등을 측정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의 제품이다. 특히 이 제품은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선보인 최초의 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 테스트를 거친 뒤 출시 시점을 조율할 계획이다.






숙면 돕는 ‘수면컨설턴트’도 등장
수면산업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직업도 탄생하고 있다. 바로 ‘수면컨설턴트’가 그 주인공이다. 수면컨설턴트란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양질의 숙면을 할 수 있도록 체질, 수면습관, 침구류 등의 개인별 맞춤 컨설팅을 해주는 직업이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지속 가능한 여성 유망직종 4개’ 에 수면컨설턴트를 포함시키며 더욱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현재 대다수 수면컨설턴트들은 침구류 혹은 수면전문 브랜드에 취업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면컨설턴트는 약 100여 명 남짓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만큼 경력단절 여성, 전문직종을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안성맞춤인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최적의 수면환경을 제공해 잠시나마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 종로 지역에는 수십 개의 이른바 ‘수면카페’가 활성화된 상황이다. 강남에 위치한 수면카페 ‘쉼스토리’에서 근무하는 채송이 매니저는 “점심시간 무렵에는 숙면을 취하려는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20개의 수면석 대부분이 꽉 찬다”며 “최대한의 숙면을 제공하기 위해 실내 인테리어나 침구류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수면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영현 한국수면산업협회 회장은 말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면 관련 용품뿐 아니라 수면센터, 수면컨설팅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정착해 있습니다. 미국, 일본 등 기존 수면산업 활성화 시장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죠. 국내 시장에서도 소득 증가에 따른 수면용품 구매력 강화가 수치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시장 성장 속도 역시 선진국과 비교해도 결코 느리지 않습니다. 신개념의 수면제품, 그리고 사물인터넷 기술과 연계된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출시된다면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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