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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기업 ¦ 작은 회사들이 만드는 큰 변화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를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기업들이 주목 받고 있다. 소규모 투자자들도 새로운 뮤추얼펀드와 ETF를 통해 이런 전략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경영을 통해 사회를 개선하려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면서 자산관리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자신의 윤리적 원칙에 부합하는 투자를 추구해온 유통업계 투자자들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 ·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 펀드에 돈을 집어넣었다. SRI를 내건 뮤추얼 펀드들의 규모는 현재 2조 달러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이들 펀드는 어디에 투자하느냐보단 투자를 기피하는 대상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SRI는 담배나 권총 판매사의 주식을 보유하지 않거나, 근로자 처우가 열악하다고 알려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투자자들은 다른 메시지를 보내길 원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사회에 측정 가능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 주는 기업들의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 펀드가 탄생했다. 작년 기준 임팩트 펀드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약 600억 달러였다. 이들 펀드 중 상당수는 소수의 초고액 자산 보유자들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개미투자자들을 위해 정교한 분석(과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펀드도 늘고 있다.

작년 10월 출시된 자산운용사 블랙록 BlackRock의 임팩트 투자 펀드는 현재 총 2,300만 달러 가량을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는 정량모형(quantitative models)에 근거해 주식을 선택하는 블랙록의 ‘사이언티픽 액티브 에쿼티 Scientific Active Equity’ 그룹 소속이다. 이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이 그룹의 매니징 디렉터로 시장조사를 총괄하는 라이언 라폰드 Ryan LaFond는 ‘임팩트 메트릭스’에 기반한 기업 평가를 가장 먼저 언급한 인물이다.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 임상시험 대비 신약개발로 살릴 수 있는 환자의 수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적게 투입해 큰 결과를 산출해내는 기업에 보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은 소송 등 분쟁에 휘말린 기업, 자사가 유발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라포드는 혁신적인 수자원 정화 기술 특허를 갖고 있으면서도 물을 많이 오염시키는 가상의 기업을 사례로 들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임팩트 펀드는 알래스카항공, 의료기기업체 보스턴 사이언티픽 Boston Scientific 등 총 470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 펀드는 S&P 500 지수와 유사한 수준인 8%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수수료는 0.9%다.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이 일부 반영된 수수료다.

고정소득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2012년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CREF)이 출시한 ‘사회적 선택 채권 펀드(Social Choice Bond Fund)’를 고려할 만하다. TIAA의 SRI 고정소득 담당 부서에서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맡고 있는 스티븐 리버라토레 Stephen Liberatore는 이 펀드가 최근 풍력발전업체 토파즈 솔라 팜스 Topaz Solar Farms의 채권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16만 가구를 고객으로 둔 토파즈는 연간 자동차 7만 3,000대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있다.

사회적 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이 채권투자자들에게 외면 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회적 선택 펀드가 보유한 일부 채권의 이자율이 평균을 훌쩍 넘고 있다. 일례로, 토파즈의 30년 만기 채권 금리는 30년 만기 미국 국채의 두 배 가까운 4.2%이다. 8억 7,300만 달러를 운용하는 이 펀드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바클레이즈 미국 통합 채권지수(Barclays U.S. Aggregate Bond index)보다 1.4%p 높은 연평균 수익률 5.3%를 기록했다. 수수료는 중기채권펀드 평균보다 훨씬 낮은 0.4%다.

임팩트 투자는 상장지수펀드(ETF) 업계에서도 인기가 높다. ETF 운용사들은 점점 더 구체화하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시장을 세분화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600만 달러를 운용 중인 어드바이저리 셰어 Advisory Shares 사의 ’글로벌 에코 ETF Global Echo ETF‘는 주식과 채권 모두 사회적 효과를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 2012년 5월 탄생한 이 펀드의 총 수익률은 26.4%로, 투자리서치업체 모닝스타 Morningstar의 글로벌 자산배분(world allocation) 전략이 거둔 21.5%보다 더 높다. 또 글로벌 에코 ETF는 펀드 보수 중 25% 이상을 프랑스 탐험가 자크 쿠스토 Jacques Cousteau의 손자가 운영하는 환경교육단체 글로벌 에코 재단(Global Echo Foundation)에 기부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SPDR MSCI ACWI 저탄소’ 펀드는 매출 및 시가총액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은 기업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직장문화 개선에 투자하고 싶은 이들을 겨냥한 펀드로는 ‘SPDR 성 다양성 인덱스 ETF’가 있다. 이 펀드는 경영진이 성 평등을 추구하는 기업의 주식을 매입한다. ‘직장평등 포트폴리오 ETF’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고용평등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지수를 추종한다.






◆ 어떻게 선정했나
‘세계를 바꾸는 기업’ 리스트는 기업의 핵심 전략의 일환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한 기업을 보여준다.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으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기업들이 선정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리스트 선정 작업은 기업, 학계, NGO들로부터 1차 추천을 받은 후, 포춘 기자 및 편집진이 다음의 3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 및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1. 측정 가능한 사회적 효과: 기업이 하나 이상의 구체적인 사회 문제에 끼치는 영향을 범위와 특성, 내구성 차원에서 평가하고, 독립적인 경로를 통해 이를 검증했다. 특별 가중치도 부여했다.

2. 경영 실적: 사회적 효과가 있는 이니셔티브가 기업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 줬는지도 고려했다. 평판과 직원 만족도 등 간접적인 혜택보단 수익성과 주주가치 기여에 더 무게를 뒀다.

3. 혁신의 강도: 기업의 노력이 동종업계 경쟁자들과 대비해 얼마나 혁신적인지, 효과를 가져온 행동이 선례로 작용해 다른 기업들도 행동에 나섰는지도 고려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LAUREW SILBA LAUGH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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