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가격과 건강한 식재료가 ‘풀잎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20년 한식 노하우를 앞세워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까지 두드리겠습니다.”
한식뷔페 풀잎채를 운영하는 정인기(56) 대표는 “대기업이 하나둘 한식뷔페 시장에 뛰어들 때 걱정도 많았지만 되레 풀잎채 만의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며 “대기업과 경쟁해 이긴 중소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풀잎채는 정 대표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한식뷔페 브랜드다. 2013년 1월 경남 창원시에 문을 연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 백화점과 대형마트, 쇼핑몰 등에서 4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생소했던 한식뷔페를 어엿한 외식 브랜드로 만들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끊임 없이 신메뉴를 개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것이 인기 비결이 됐다.
풀잎채는 출시되자마자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아 위기를 맞이한다. 풀잎채의 성공을 눈여겨본 대기업들이 잇따라 한식뷔페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2013년 7월 계절밥상(CJ푸드빌)이 시장에 등장했고 이듬해 4월과 10월 자연별곡(이랜드)과 올반(신세계푸드)까지 가세하며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당시만 해도 자금력과 마케팅에서 열세인 풀잎채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풀잎채가 대기업들의 공세 속에서도 굳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20년 한식사업 외길을 걸어온 정 대표의 뚝심과 수완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민속두부마을을 시작으로 두부전문점 두란, 족발전문점 옹고집 등 10여 개 한식 브랜드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가 풀잎채의 내실을 공고히 다지는 디딤돌이 됐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오랜 시간 한식을 연구하고 현장에서 경험해봤기에 맛과 품질이 검증된 메뉴만 취급할 수 있었다”며 “반면 대기업들은 단순히 한식뷔페 트렌드만 보고 시장에 뛰어들었기에 상대적으로 노하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산지 농가와의 상생에도 주력하고 있다. 주요 식재료를 지역 농가와 손잡고 공동으로 생산하거나 직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한다. 풀잎채 매장에서 선보이는 곤드레, 고사리, 피마자 등의 산나물은 강원도 영월의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중간 유통단계를 축소해 농가의 판로를 확대하고 가격 경쟁력도 자연스레 확보한 셈이다. 이 때문에 풀잎채는 대기업 한식뷔페에 비해 가격대가 약 20% 저렴하면서도 매장당 매출은 더 높다.
공동투자 형태의 창업이 가능한 것도 풀잎채만의 차별화된 부분이다. 본사나 복수의 공동 투자자가 매장을 열면 운영은 본사에서 파견한 전문가가 담당한다. 투자자는 매달 정산한 이익에서 지분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다. 이 같은 공동투자와 위탁영업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유리해 풀잎채가 급성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 대표는 “고객들의 사랑을 통해 성장한 풀잎채가 어느덧 연매출 1,000억원에 국내 매장만 50여개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며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과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한식 세계화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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